비대면 금융 거래가 활성화하는 가운데 오후 3~4시면 문을 닫았던 은행 일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최근 은행권이 직장인 등도 퇴근 후 업무 처리가 가능하도록 특화 점포를 확대하면서 오프라인 점포 영업시간이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여는 '이브닝플러스' 영업점을 총 10곳으로 확대해 운영한다. 이번에 신규 운영되는 이브닝플러스 지점은 낙성대역, 이대역, 암사역, 인천공항신도시, 양주, 반월역 지점 등 6곳이다. 해당 지점은 대면 창구가 종료되는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디지털라운지로 전환해 운영된다.
디지털라운지는 실시간 화상통화로 직원과 금융 상담이 가능한 '디지털데스크'와 고객 스스로 계좌 신규·카드 발급 등 업무를 할 수 있는 '스마트 키오스크' 등으로 구성돼 있어 창구 직원 없이도 금융 상담과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토요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 가능한 ‘토요일플러스’ 점포(우장산역, 서울대입구역)도 디지털라운지 형식으로 운영 중이다.
당초 은행권 영업시간 연장 경쟁에 불을 붙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점포 내 고객 방문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가 오후 4~6시라는 점에 착안해 ‘9To6(나인투식스) 뱅크’ 운영에 나선 KB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10개 지점을 추가해 현재 82개 지점에서 ‘여섯 시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디지털점포와 영업시간 연장 서비스를 접목했다면 KB국민은행은 은행 직원들을 오전과 오후 2교대로 배치해 고객 접점과 편의성을 높인 것이다.
고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특히 근무시간 중 영업점을 방문하기 어려운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호응도가 높다. KB국민은행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속적인 지점 운영 필요성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97%에 달했다. 또한 모바일뱅킹에 익숙한 2030세대 고객들이 서비스만족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 10명 중 9명 이상은 해당 서비스를 재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한 시중은행 2곳이 영업시간 연장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이 타 은행으로 확산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일반 예·적금과 대출 등에 이르기까지 비대면 금융업무가 보편화하면서 대면 영업점을 방문하는 이용객 수가 감소세라는 점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 초·중반 SC제일은행 등 일부 은행이 고객 접점이 높은 대형마트 등에 저녁까지 운영하는 탄력점포를 배치했으나 현재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국내 은행권 탄력점포 수는 1000여 곳에 이르지만 대부분 관공서 업무를 수행하거나 공단에 위치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시간 연장 서비스와는 차이를 보인다"며 "다만 지난 수년간 디지털 강화와 지점 축소에 열을 올리던 시중은행들이 대면 채널 경쟁력을 강화해 '인뱅(인터넷전문은행)'과 차별화에 나선 점은 주거래 고객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