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강달러, 유가까지 연일 상승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증시를 떠나며 코스피 시장이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인들의 빈자리를 개인투자자들이 채우며 여전히 일부 테마주들의 순환매만 거듭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기준 개인들의 주식 총 거래대금(매수)은 2533조원으로 전체(3690조원)의 70% 가까이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국인(721조원)의 3.5배 이상이며 전년(1992조원) 대비 21% 늘어난 수치다.
지난 8월부터 이날까지 외국인들은 전체 증권시장에서 총 1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2조7700억원을 순매수했다.
고금리, 강달러 영향도 있지만 연일 급등하는 유가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15일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선을 돌파한 이후 이날도 오름세를 이어가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 역시 올해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 시장서는 빠져 나간 외인들의 빈자리를 개인투자자들이 채우고 있다. 올해 들어 총 7조4000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세에 힘입어 코스닥 지수도 연초 이후 32% 상승했다. 반면 코스피 지수는 코스닥 지수의 반절인 16% 오르는 데 그쳤다.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대금 비중이 평년 대비 확대되며 테마주 위주의 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짧게는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길게는 3분기 실적 시즌까지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수급 공백을 개인이 채우면서 코스닥을 중심으로 한 테마주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높아진 금리 레벨과 달러 강세, 유가 상승 압박에 시장에 피로감이 역력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코스닥, 테마주 위주의 장세가 계속되다 보니 급락한 이차전지 테마도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연중 고점 대비 50%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지만 "그래도 이차전지"라는 믿음을 가진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개인투자자가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에코프로비엠(1867억원)이다. 에코프로(1285억원), 엘앤에프(1019억원), 포스코DX(825억원) 순으로 개인 매수세가 집중됐다.
이달 0.86% 오른 POSCO홀딩스를 제외하면 주가는 모두 내리막길이다. 포스코DX는 0.89% 하락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퓨처엠은 각각 5.51%, 9.12%, 떨어졌다. 엘앤에프도 9.31% 내렸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13.71%, 29.20% 급락해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연고점과 비교하면 이차전지주의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엘앤에프는 연고점 대비 44.52%, 포스코퓨처엠은 41.14%, POSCO홀딩스는 23.56%, 포스코DX는 14.20% 내렸다.
개인투자자들은 이차전지 종목들의 성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저가매수 기회'로 보고 있지만 악재만 가득하다. 유럽 국가들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며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고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우회에 나서며 이차전지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