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비를 입은 어린아이, 무단횡단을 하는 어른, 휠체어나 전동차를 탄 노인 등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보행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회피하기 어려운 사고를 제외하고는 자율주행차가 사람보다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이 더 안정적입니다."(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
17일 경기 화성에 위치한 자율주행차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에서 만난 최인성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케이시티 연구처장은 "알고리즘과 자동차 회사의 기능 구현에 따라 자율주행차 성능이 달라지지만 대개 위기 상황에서 대처 능력은 사람보다 AI가 더 균일하다"면서 "현재 실험 중인 레벨4단계 자율주행차는 어떤 척박한 도로 환경과 악천후에서도 운전자 개입 없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버스를 타고 케이시티에 도착하니 도심과 고속도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경에 압도됐다. 드넓은 아스팔트 주차장과 도심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사진 도로, 병원과 학교, 오피스 빌딩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모습이다. 버스전용차로와 횡단보도, 회전교차로, 공사장, 자전거도로 등도 눈에 띄었다. 모두 자율주행차가 실제와 똑같은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특히 버스전용차로와 가로수길, 기상 환경 재현시설 등 물리적 환경부터 끼어들기, 무단횡단 등 도로 복합 상황까지 재현한 것은 전 세계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가운데 케이시티가 유일하다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현장에선 레벨4기술 개발을 위한 자율주행 실험이 한창이었다. 무단횡단, 끼어들기 등 흔히 발생하는 도로 위 통제 불능 상황에 자율주행차는 어떻게 대처할까. 레벨4기술이 탑재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80은 도심부에서 직진 대기를 하던 중 이면주차 차량 뒤로 보행자가 급작스럽게 끼어들자 속도를 감속한 뒤 차량을 멈춰 세웠다. 이후 보행자가 횡단을 종료하는 모습을 센서로 감지한 뒤 다시 출발했다. 자율주행차가 마치 사람이 운전하듯 능숙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상황 인지를 넘어 판단하고 행동하는 알고리즘을 고도화한 덕분이다.
최인성 연구처장은 "보행자로는 어린이, 우비를 입은 어린이, 우산을 쓴 성인 등 인체 사이즈와 형태를 다양하게 한 알고리즘을 학습하게 하고 있다"면서 "무단횡단 시에는 2가지 이상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고 보행자가 어린아이일 때는 차량이 인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알고리즘 고도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강아지눈 공식 시험 항목이 아니지만 자동차 회사별로 고도화 작업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시티 강점은 기상이변에 따른 집중호우와 안개 등 악천후를 재현한 기상 환경 재현시설이다. 총 사업비 189억원을 투입해 왕복 4차선 도로에 시간당 최대 60㎜에 이르는 집중호우, 최소 사정거리 30m인 안개 기상실험 시설을 재현했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도 레벨4기술이 탑재된 승합형 자율주행자동차(레스타)는 적정 속도 유지와 감속은 물론 톨게이트, 곡선구간, 경사면 등도 안정적으로 운행했다. GPS 차단 등 통신이 닿지 않는 비교적 긴 터널 구간에서도 막힘 없는 주행 실력을 자랑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자율주행차량을 시험하다 보니 도로 위 가장 극한 상황, 안전과 관련한 가장 극한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자율주행차 카메라가 도로 환경을 인지했다면 앞으로 레벨4~5단계에서는 도로 인프라, 통신정보, 보행자 정보 등이 차량에 전달돼 자율주행차가 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