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부진은 “밥, 친구, 맹자 엄마”를 잘못 다룬 결과다!
중국경제는 지금 소비의 GDP기여도가 77%나 되는 소비의 나라이고 그간 중국경제를 40년간 이끌었던 제조업의 기여도는 30%대로 쪼그라든 대신 서비스업이 66%를 차지하고 있다. 7월까지 통계로 보면 한국은 생산, 수출, 투자, 소비 모두가 마이너스지만 중국경제는 부동산투자와 수출만 마이너스지 소비, 생산, 제조업 투자는 마이너스가 아니다.
그런데도 중국에 경제위기설이 나온 것은 소비가 12%대의 두 자릿수에서 2.5%로 한 자릿수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내수부진, 경제위기설을 몰고온 정책의 패착은 중국정부가 3대 아킬레스 건, “땅”과 “친구”, “맹자 엄마”를 잘못 건드린 때문이다.
시진핑 3기정부 들어서 중국정부는 새 정치 어젠다 “공유경제”의 최대 적을 부동산으로 보고 부동산 때려 잡기하다가 지나쳐서 부동산 회사를 죽이고, 인민의 재산을 줄이고, 소비심리를 죽여버렸다.
둘째 데이터시대에 플랫폼을 죽였다. 동양의 성경이라 불리는 공자의 논어는 플랫폼기업의 교과서다. 논어의 학이편(學而篇) 제1장은 “때로 익히면 즐겁고 또 친구가 있어 멀리서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呼. 有朋自遠方來, 不亦樂呼)로 시작한다.
친구라고 하는 “붕(朋)”자는 상나라의 갑골문에 처음 등장하는데 두 줄의 조개껍데기가 서로 연결된 것으로 고대에는 조개류를 화폐로 사용했기 때문에 붕(朋)의 원래 의미는 화폐, 돈을 가리킨다. 나중에 동전이 서로 묶여 있는 상태로 인해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즉 친구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논어의 학이편(學而篇) 제1장에 친구(朋) 대신 돈(錢)을 대입하면 “때로 익히면 즐겁고 또 돈(錢)이 멀리서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가 된다. 인터넷은 사람의 뇌를 서로 연결한 산업이고 중국말로 표현하자면 바로 관시(關係)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관시는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인터넷 플랫폼산업이고 이것이 바로 4차산업혁명시대의 기반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 부(富)의 창출기계 인터넷 플랫폼산업을 공동부유의 두 번째 적으로 몰아 3년간 규제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스타는 모두 죽었고 새로운 스타는 숨죽이고 납작 엎드렸다. 스타 탄생이 멈춘 것이다. 새로운 부의 창출기회가 사라지자 주식시장도 죽었고, 청년고용도 죽었고, 소비도 죽었다.
셋째는 “맹자 엄마”를 잘못 건드렸다. 중국정부는 공동부유의 세 번째 적으로 사교육산업을 죽였다. 자식 잘되는 치맛바람의 원조는 “맹자 엄마”다. 아들 잘되는 길이라면 물불 안 가린다. 사교육산업이 죽으면서 수많은 파생산업이 같이 쓰러졌고 청년실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지금 사상 최악이다.
중국의 약점, 서비스에 약한 “공대생의 나라” 중국은 지금 소비와 서비스가 살지 않으면 경제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중국의 성장률이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하락하는 과정에서 보면 서비스업의 비중이 제조업을 넘어서면서부터 성장탄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서비스업 비중이 정체 상태이고 경제도 성장탄력이 훅 죽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은 “서비스에 약한 공대생의 나라”다. 중국의 역대 최고 지도자는 모두 공대생들이다. 등소평은 프랑스에서 자동차공학을 공부했고, 장쩌민은 상해 교통대에서 전기과를 나왔고, 후진타오는 칭화대 수리공정과를, 시진핑은 칭화대 화학과를 나온, 전원 공대생들이다. 제조는 명령이지만 서비스는 감동이다. 제조업의 전성기에 공대출신의 테크노크라트들이 속전속결 전쟁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지만 서비스업은 다르다.
과학기술로 인민의 손(휴대폰)은 통제할 수 있지만 가슴(마음)은 통제할 수 없다. 휴대폰으로 모든 것을 하는 중국, 서버에 들어가 14억 인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 우한 코로나 봉쇄는 잘 막았지만 휴대폰을 누르는 사람들의 심정은 봉쇄할 수 없었다. 3년간의 코로나 봉쇄로 지금 중국의 소비심리는 역대 최악이다.
중국의 소비심리 회복은 부동산과 자본시장에 달렸다
서방은 2008년 중국정부의 4조 위안, GDP의 18%에 달하는 돈을 풀었던 화끈한 투자정책을 왜 다시 안 하냐고 얘기하지만 중국의 2008년과 2023년은 상황이 다르다. 제조업이 아닌 소비와 서비스가 경제의 주축이 된 중국은 지금 SOC투자 늘린다고 경제가 사는 시대가 아니다.
돈은 충분히 풀렸다. GDP의 25%에 달하는 30조 위안의 잉여자금이 풀렸고 이는 2008년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지만 이 돈이 모두 은행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 문제다. 돈은 세상에서 가장 민감한 동물이고 가장 총명한 동물이다. 돈 되면 가지 말라고 해도 몰려가고, 돈 안 되면 오라고 제사 지내도 안 온다.
중국정부가 돈 풀고 난리 쳐도 돈이 안 되는 것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으면 돈은 정기예금 1-2% 낮은 수익률이 문제가 아니라 손실 나는 것이 겁나 은행에 꼼짝 않고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한 달간 중국정부는 28개의 경기부양책을 쏟아냈고, 부동산과 플랫폼기업의 규제를 모두 풀었다. 그 결과 8월 소비지표는 다시 반등세로 돌아섰다. 중국의 경제정책은 결국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쪽으로 포커스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중국경제에 돈을 돌게 하는 데는 부동산규제와 부양, 자본시장의 지원정책의 규모와 속도가 관건이고 여기에 민심과 투자심리가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달렸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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