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확대된 브릭스(BRICS)…우리도 통상정책 재정립 필요하다

2023-09-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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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ampJ 인스티튜드 원장
[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지난 8월 22~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수도인 요하네스버그에서 제15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개최되어 ‘요하네스버그 선언’이 채택되었다. 이 선언이 우리 관심을 끄는 이유는 2010년 남아공이 가입한 이후 신규 회원국을 받지 않던 브릭스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하여 일거에 6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가입이 이루어진 국가는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의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그리고 중동의 핵심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함께 남미의 맹주로 인식된다. 이집트는 중동의 군사 강국으로 수도 카이로에는 22개국으로 이루어진 아랍연맹 사무처가 있다. 에티오피아도 55개국이 가입한 아프리카연맹 본부를 가지고 있다. 기존 브릭스 회원국인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과 함께 새롭게 회원국이 될 6개국의 지정학적 의미를 생각하면 브릭스 확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없다.
 
우선 확대된 브릭스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만만치 않다. 추가된 회원국들의 경제 규모가 크지 않아 세계 GDP 비중은 종전 26%에서 29%로 3% 증가하는 데 그치지만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GDP 비중은 36%를 넘어 세계 경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신경이 쓰이는 점은 원유 생산 비중이다. 중동의 핵심 산유국이 추가되는 바람에 확대된 브릭스가 세계 원유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20%에서 43%로 두 배 이상 증가한다. 기후변화 대응에 따라 탄소 배출 억제가 세계적 추세지만 그렇다고 원유의 중요성이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국이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추진해 왔다는 점과 브릭스 내 공동통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달러와 유로, 그리고 위안화가 세계 3대 통화로 부상할 수 있다는 잠재력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향후 브릭스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번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에서 알제리, 쿠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총 22개국이 브릭스 가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금까지 브릭스 가입에 관심을 표명한 국가는 40개국이 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향후 브릭스 확대 정도에 따라 기존 신흥국과 개도국을 대변하는 연합체로서 미국이 이끄는 주요 선진 7개국(G7)과 당당히 겨룰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확대된 브릭스도 자체 약점이 있다. 회원국들 간 이질성으로 인하여 내부 결속을 다지기 어렵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브릭스 핵심 국가인 중국과 인도 간 국경 분쟁은 익히 알려진 갈등이다. 특히 분쟁 지역에 석탄과 석유, 철 등 대규모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어 양국 간 국경 분쟁이 쉽게 봉합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도 나일강 수역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란과 사우디 역시 서로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며 적대적 대립 관계를 유지해 온 지 오래다. 미국과 관계도 제각각이다. 이집트와 UAE는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서 중국이나 러시아와 달리 미국 측 요구를 쉽게 저버리기는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확대된 브릭스 역시 내부의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중동 산유국을 포함해 꽤 많은 개도국이 브릭스 가입에 관심을 표명했다는 점은 곱씹어 볼 대목이다. 일부는 브릭스 확대가 미국 중심의 서방 연합에 대응하는 중국과 러시아 중심의 연합체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가 점차 다극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으로 개도국들이 입장을 정립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과 기후변화 대응으로 산유국들의 미래 대응이 시급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브릭스 확대는 오히려 글로벌 무질서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개도국들의 자구책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확대된 브릭스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의도대로 움직이기보다 개도국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상당하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는 확대된 브릭스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여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우선 공급망 안정화 차원에서 확대된 브릭스에 크게 의존하는 상품 무역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2022년 기준 확대된 브릭스에 대한 우리나라의 상품 수출의존도는 29%에 달하며 수입의존도는 34%를 넘는다. 특히 원유(경질유와 그 제품)는 사우디와 UAE 등 확대된 브릭스 국가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49%에 달한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농업 강국이다. 우리나라는 사료용 옥수수 수입 중 상당 부분을 이 두 나라에 의존하고 있다(옥수수는 전체 수입량 중 63%, 콩은 약 41%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의존). 따라서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안정적 수입 공급망을 살펴봐야 한다. 이와 함께 확대된 브릭스가 미국과 중국 간 대결 구도하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의 반서방 블록으로 발전하기보다 개도국 입장에서 더욱 시급한 디지털 사회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협력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브릭스 주요국과 양자 관계를 전략적으로 재점검할 필요도 있다. 향후 세계는 다극화가 심화되면서 기존 글로벌 규범이나 원칙이 무시되는 무질서나 강대국 일방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우리의 통상정책도 다극화 속의 무질서와 일방주의 확대에 맞추어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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