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시간 근로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운데 정부는 노인·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반짝 일자리' 예산을 오히려 늘리는 모습이다.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보호한다는 취지이지만 세금으로 만들어진 단기 일자리가 고용의 질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일자리 분야 사업 예산으로 29조3088억원을 편성했다. 올해(30조3672억원)보다 3.5%(1조584억원) 감소한 금액이다.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해 만드는 공익형 노인 일자리는 65만4000명으로 올해보다 4만6000명 증가한다. 입장 변화가 눈에 띈다. 올해 예산 편성 때는 공익형 노인 일자리를 '질 낮은 단순 노무'라고 평가 절하하며 6만1000개 감축하려다 야당 반발에 막혀 실패했다. 반면 내년 예산을 짜면서는 증가 기조로 돌아섰다.
공익형은 월 수당이 29만원에 불과하고 보육교사 보조 등 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도 63만원 안팎에 그친다. 고용률 높이기 차원의 미봉책이라는 쓴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의 경우도 정책적 고민보다는 재정을 쏟아붓는 쪽을 택했다. 고용지표를 살펴보면 청년층 '쉬었음'(일할 능력은 있지만 치료·육아 등 구체적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사람) 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는 1616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8만3000명 줄었다. 그러나 '쉬었음' 인구는 20대와 30대에서 각각 2만8000명(8.0%), 3만8000명(15.1%) 늘었다.
정부는 해결책으로 빈 일자리 업종 취업 청년에 대한 지원금을 483억원 규모로 신설하고 청년 대상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료 50% 감면을 위한 예산 242억원을 투입한다.
그러나 중장기적 대책보다 선심성·일회성 사업에 물적 지원이 집중돼 정작 일자리의 질 향상 문제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직자와 구인자가 적합한 조건으로 만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나 신규 취업을 위한 재교육 등에 초점을 맞춰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초단기 일자리를 늘려 '고용 착시'를 키운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정부는 적극 반박 중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내년도 예산안 관련 사전 브리핑에서 "재정 일자리 사업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일종의 시장형 사회서비스, 민간과 함께하는 일자리 유형으로 지난해부터 대폭 구조를 바꿨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