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재개발·재건축 '보류지' 몸값도 다시 오르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보류지 물량들은 수차례 매각에 실패하며 최초 입찰가보다 수억원씩 낮춘 가격에 나왔지만, 최근에는 조합들이 실거래 최고가보다 높은 가격에 보류지 매물을 내놓는 등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날 은평구 'e편한세상백련산'(응암4구역) 재건축 조합은 보류지 2가구에 대한 매각공고를 냈다. 입찰은 오는 15일까지 진행되며, 모두 전용 84㎡로 최저입찰가는 9억2500만원이다. 이는 해당 단지의 최근 실거래 최고가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4일 e편한세상백련산 전용 84㎡는 최고가 8억4500만원에 거래됐으며, 현재 호가는 8억6000만~9억 5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이달 서울시 아파트 중 보류지 물량은 총 44가구로, e편한세상백련산(2가구)을 비롯해 용마산모아엘가파크포레(2가구), 흑석리버파크자이(13가구), 래미안원베일리(27가구) 등이다.
흑석리버파크자이(흑석3구역) 조합이 내놓은 보류지 13가구는 모두 전용 84㎡ 매물로 최저입찰가는 16억5000만원이다. 최근 실거래 최고가 15억9500만원(7월28일)보다 높은 수준이다. 앞서 지난 7월 서대문구 홍제동 푸르지오 센트럴파크 전용 55㎡ 보류지 매물은 입찰기준가격 8억원보다 비싼 8억310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최근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조합도 보류지 27가구 매각공고를 냈는데,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나와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조합은 전용 59㎡의 경우 최저매각가 29억5000만~30억4000만원에, 전용 84㎡는 39억5000만~41억원에 내놨다. 최근 실거래 최고가(45억9000만원)보다는 낮지만 3.3㎡당 1억1500만~1억7000만원대 수준으로, 3.3㎡당 분양가(5668만원)의 2~3배에 달한다. 최고가 입찰방식이라 실제 낙찰가는 더 비쌀 가능성도 높다.
보류지는 시장 활황기에는 높은 경쟁률로 완판되기도 하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강남지역 보류지가 수억원 낮춘 가격에도 매각 실패하는 등 '찬밥신세'였다. 서초구 반포르엘2차(신반포4차 주택재건축) 조합은 지난 4월에 전용 59㎡ 매물을 25억5000만원에 내놨다가 유찰돼 다음달 5000만원 이상 낮춘 가격에 다시 매각공고를 낸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강남구 대치르엘(대치제2지구주택재건축) 조합이 네 차례에 걸쳐 보류지 매각을 실패하며 당초 입찰가보다 4억~5억원 이상 낮춘 19억2600만원(전용 59㎡), 23억7600만원(전용 77㎡)에 내놓기도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작년 말에서 올 초까지만 해도 청약시장이 시들해 입지 좋고 가성비 괜찮은 보류지들조차 수요가 거의 없었다"며 "최근 신축 인기가 높고 청약은 입지 좋은 단지의 경우 높은 경쟁률로 마감되는 등 분위기가 바뀌며 보류지 몸값도 같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