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위 업체인 신한카드의 지난해 자발적 이직자는 총 102명에 달했다. 이는 직전 2년간(2020년 64명, 2021년 37명)의 합산 수치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성별로 구분하면 남성이 73명으로 여성(29명)을 월등히 앞섰다. 직급별로는 과장 이상 부부장 미만이 67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과장 미만 32명, 부서장 3명 순이다. 남성과 여성 과장~부부장 직급의 평균 연봉은 각각 8500만원, 7500만원에 달했다. 고액의 연봉을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삶을 택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 셈이다.
2위 업체인 삼성카드의 작년 이직률도 9.1%에 달했다. 직원 10명 중 1명은 회사를 떠났다는 뜻이다. 이 중 자발적 이직률은 3.4%로 집계됐다. 총 자발적 이직자 규모는 69명으로 추산된다. 육아 휴직을 떠난 뒤 회사로 복귀하지 않는 경우도 잦아졌다. 남성의 육아 휴직 복귀율은 2020년과 2021년 내내 100%를 유지했지만, 작년에는 87.5%로 떨어졌다. 여성 복귀 비율은 96.2%다.
이러한 현상은 하위 카드사로 갈수록 점점 더 심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사가 높은 연봉과 다양한 직원 복지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건 그야말로 옛말이 돼버린 것이다.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도 높지 않았다. 신한카드 내 과장~부부장과 과장 미만 직급의 만족도는 각각 85점, 81점으로 부서장 만족도(94점)를 크게 밑돌았다.
여기에는 카드사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일조했을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원인은 신용판매만으론 추가 수익 창출이 어려워진 근본적인 사업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카드 이용액은 12.1%가 늘었지만, 신용판매 순이익은 36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가 지난 10년 동안 4.5%에서 0.5%까지 떨어진 게 발목을 잡았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카드결제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카드사 직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한 빅테크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서는 자발적 이탈자 중 상당수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빅테크 업체로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간편결제 등의 영역에 진출한 빅테크들이 자유로운 규제 환경을 등에 업고 급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의 연간 거래액은 지난 2019년 48조원에서 작년 118조원으로 4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 결제액만 66조원을 넘어섰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올 2분기 순익도 270억원으로 전년 동기(225억)보다 20%가량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