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허가로 설립된 민간 단체인 국가관세종합정보망운영연합회(CUPIA, 이하 국종망연합회) 전·현직 대표가 관세청 고위직 출신으로 나타나 이 단체가 관세청 전관 인사 집합소라는 비판이 반복되고 있다. 관세청은 이 단체와 관계회사에 국가관세종합정보망과 해외 진출 사업을 진행하며 연 수백억원에 달하는 일감을 수의계약을 통해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는 관세청 전관예우와 수의계약 문제 해결을 위해 두 건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국가관세종합정보망 공공기관 설립법은 21개월째 계류 중이고 전관예우 수의계약 방지법은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본지는 관세청과 국종망연합회를 둘러싼 전관예우와 수의계약 문제를 다각도로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관세청이 비영리법인 국종망연합회에 의해 2010년 설립된 민간 영리회사인 케이씨넷에 설립 초부터 여러 이권을 부여한 정황이 발견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종망연합회와 케이씨넷은 모두 전·현직 대표가 관세청 고위 퇴직 인사로 포진돼 전관예우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회사다.
7일 아주경제가 케이씨넷 감사보고서와 관세청 수의계약 현황을 검토해보니 케이씨넷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관세청과 직접 수의계약을 맺은 금액은 277억7104만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총매출 560억6293만원의 49.5%를 차지했다. 케이씨넷이 일반경쟁 입찰로 관세청과 직접 계약했거나, 국종망연합회를 거쳐 외주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을 제외한 금액으로 이 회사는 관세청으로부터 물량을 받지 않으면 사실상 생존하기 어려운 사업구조로 보인다.
케이씨넷은 전·현직 대표가 관세청 전관 인사로 포진돼 있고 관세청의 관세행정 사업을 두루 맡고 있다는 점에서 국종망연합회와 조직·사업 형태가 유사하지만 법률상 비영리법인인 연합회와 달리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법인이라는 점에서 존재 이유는 전혀 다르다.
국종망연합회는 관세청이 법률에 따라 지정한 국종망 운영 사업자이지만 케이씨넷은 연합회의 관계회사일 뿐 국종망 운영 사업자 역시 아니라는 점에서 지위에도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케이씨넷은 2010년 설립 초부터 신생 업체임에도 불구, 관세청의 여러 사업을 직접 계약 또는 국종망연합회로부터 외주를 받아 관세행정 사업을 수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관세청은 케이씨넷 설립 직후부터 2021년까지 전자통관시스템(UNI-PASS) 유지보수 업무를 이 회사에 맡겼다. 이 업무는 원래 국가관세종합정보망 운영사업자의 주요 업무로 케이씨넷이 맡기 전까지 ‘전자통관시스템 등의 운영 및 유지보수 위탁 사업'이란 이름으로 운영 업무와 통합해 국종망연합회가 맡고 있었다.
관세청은 2010년 국종망 운영사업자 지정제도를 도입하고, 해당 사업자로 국종망연합회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운영과 유지보수 업무를 분리했다. 법률상 유지보수 업무는 국종망 지정사업자의 주요 업무로 포함돼 있지만, 관세청은 이 업무만 따로 분리시켜 민간 사업자에 맡겼다.
국가관세종합정보망의 이용 및 운영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국가관세종합정보망 운영 사업자 업무 범위로 정보망의 운영·유지, 정보망 운영, 유지·보수, 사용자 교육 등 지원업무, 전자문서 송수신 관리 및 유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관세청은 이에 대해 유지보수가 국종망 지정사업자의 업무라 하더라도 관세법에 따라 국종망사업자 업무 중 일부 운영자를 별도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관세법 시행령에 따른 지정 제도 대신 국가계약법상 경쟁입찰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해 민간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종망 유지보수 사업의 분리 이유가 민간업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함이라는 관세청 설명과는 달리 이후 10여 년간 해당 사업은 케이씨넷이 독점했다.
본지가 조달청 나라장터를 검토한 결과 관세청은 유지보수 업무에 대해 경쟁 입찰 방식으로 입찰 공고를 냈지만, 번번이 사업권은 케이씨넷이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단일 입찰에 의한 수의계약 형태였다.
2013년에는 ‘AEO 통합관리 등 전자통관시스템 유지보수’ 입찰에 ㅎ업체가 경쟁 입찰에 참여, 케이씨넷보다 입찰가를 3분의1이나 낮은 금액을 투찰했음에도 기술평가점수에 밀려 케이씨넷이 선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관세청은 지난해부터 케이씨넷이 수행했던 국종망 유지보수 업무를 운영 업무 등과 통합해 국종망연합회에 다시 맡겼다. 그렇다고 케이씨넷이 해당 일감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케이씨넷은 지난해부터 관세청 직접 계약이 아닌 연합회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유지보수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사실상 관세청-국종망연합회-케이씨넷 간 업무분장만 다시 한 셈이다.
관세청은 2011년 8월에는 설립 2년이 채 안된 케이씨넷에 전자문서 중계 사업권을 부여했다.
케이씨넷은 최근 3년여 동안 관세청으로부터 △빅데이터 플랫폼 고도화 및 분석모델 개발 △전자상거래 통관시스템 구축모델 개선방안 연구 △공항만 감시시스템 고도화 사업 △여행자 휴대품 전자신고 고도화 및 확대 구축 사업 △수출입화물 검사비용 지원시스템 구축사업 △가격신고업무 시스템 개편 사업 등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케이씨넷은 2010년부터 국종망연합회로부터 △에콰도르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 구축사업 △네팔 관세행정 현대화 구축사업 BPR/ISP △탄자니아 관세행정 현대화 구축사업 RM 개발 △에콰도르 SW 구축사업 BPR/ISP △에콰도르 싱글윈도우 구축사업 △네팔 관세행정 현대화 구축사업 DW △에콰도르 SW 구축사업 등 크고 작은 개도국 해외 사업을 발주 받기도 했다.
케이씨넷은 정치권 등에서 일감몰아주기를 이유로 비판하는 시선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케이씨넷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2013년도부터 경쟁업체의 마타도어나 사업훼방 등으로 국회·언론에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언급되면서 검찰 표적수사까지 받게 되는 등 커다란 시련을 겪었던 대표적 피해 중소기업”이라며 “일감몰아주기 관련 부당수주에 대한 검찰 조사는 2015년 11월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수의계약은 경쟁입찰자가 없어 진행되는 것으로 수의계약 특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민간 영리회사인 케이씨넷이 설립 초기부터 관세청의 여러 사업권을 따낼 수 있는 배경엔 국종망연합회의 후광이 있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합회가 케이씨넷을 자회사 형태로 직접 설립했고 상당한 관세 행정 사업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한 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종망연합회는 지난해 말 기준 케이씨넷 지분을 41.04%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민간 기업들이 가지고 있다. 연합회 측은 설립 당시 지분율을 줄여 현재는 상법상 자회사가 아니라 관계회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주주로서 케이씨넷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은 변함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