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쟁당국이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문제에 대해 사전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규제 방향성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5일 열린 '제12회 서울국제경쟁포럼'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에 대응해 예방적 차원에서의 사전규율을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위반행위를 적발해 사후에 규율하면서 집행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적절한지 현재진행형인 문제"라며 "관심과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고병희 공정위 상임위원은 "한국 공정위에서는 아직 사전·사후 규율에 대해 논의 중인 단계"라면서 "그간 경쟁법이 사후규제 중심으로 운영돼 왔지만, 디지털 경제로의 변화가 이전과 다르게 빠르기 때문에 선진국의 사전규제 사례들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불법행위가 드러나야만 제재를 가하는 사후규제와 달리 사전규제는 규제 대상 기업을 정해 놓고 지켜야 할 의무를 부과하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전규제를 도입 중이다. 유럽에서는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하고, 자사 우대 등 지배력 남용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사전 규율 법안이 마련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이나 독일의 제10차 개정 경쟁제한방지법, 영국의 디지털시장·경쟁·소비자 법안도 비슷한 맥락의 사전 규제 방식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올리비에 게르센 EU 경쟁총국장은 "EU는 과거 사후 규제 방식을 취했지만 현재는 사전 규제로 가닥을 잡고 내년 초부터 새롭게 반영할 예정"이라며 "기존의 법안은 디지털 분야가 공정한 경쟁을 하기엔 시대에 뒤떨어진 법"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기반산업 및 핵심 플랫폼 분야에서의 독점력 남용 행위를 시정하고 플랫폼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디지털마켓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나 고틀립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 위원장 역시 "디지털 플랫폼의 경우에는 사후 법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사전에 디지털 플랫폼을 차단할 수 없고, 추후 조사하는 것 역시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독일은 보다 구체적이고 강력한 사전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콘라드 오스트 독일 연방카르텔청 부청장은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과 같이 '중요한 성격을 가진 기업'으로 분류될 경우 각종 행위에 대해 자사 우대 행위 등의 모니터링을 받게 된다"며 "사업자의 자세한 기준을 정해 상황별로 법률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