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감소가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는 등 반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부가 수출 불씨를 살리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며 지난 달까지 3개월 연속 이어지던 '불황형 흑지'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정부는 4일 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수출 활성화를 위한 추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지원방안에는 △181조4000억원의 무역·수출금융 공급 △수출바우처 지원규모 확대 △1조원 규모 'K-콘텐츠 전략 펀드' 조성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기 구축을 위한 공공기관 예타 면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9월에는 무역수지 흑자기조와 함께 수출 감소 폭이 추가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가 수출 플러스 전환을 예상한 올해 10월 이후는 수치상 역기저 효과의 영향으로 수출 반등 효과가 일정 부분 갖춰져 있는 시기다. 수출은 지난해 9월 2.3% 증가를 끝으로 10월 -5.8%, 11월 -14.2%, 12월 -9.7% 등 최근까지 내리 감소를 나타냈다. 그 결과 올해 10월부터는 수출이 소폭 늘더라도 지난해 역기저 효과에 따라 수출 경기가 회복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수출 회복의 관건은 불황형 흑자 기조를 벗어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올 6월부터 이어진 무역수지 흑자는 국제유가 안정의 영향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큰 폭으로 줄면서 수출 감소를 상쇄한 영향이 크다. 실질적으로 수출이 늘면서 흑자가 발생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급등한 국제유가는 불황형 흑자 탈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5.55달러,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88.55달러로 각각 연고점을 경신했다. 주요 산유국 감산 이슈에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으며 겨울철 성수기를 앞두고 정제마진의 강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의 경기 위축도 수출 반등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105억 달러로 두달 만에 100억 달러대를 회복했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도 올 4월 22억7000만 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점차 줄면서 지난달 11억9000만 달러까지 축소됐다.
이처럼 최근 대중 수출이 회복되고 있지만 중국의 부동산 위기와 디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면서 하반기 수출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중간재 약 75% 정도가 내수용으로 사용되는 만큼, 중국 경기 회복이 지연될수록 우리 수출 회복도 늦어진다는 분석이다.
추 부총리는 "중국 경제상황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만큼 경제 흐름에 대한 과도한 비관이나 낙관을 경계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수출회복 모멘텀을 강화하고 외국인의 국내관광 활성화를 통해 내수를 진작하는 데 범부처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총력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