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3일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계획에 “흉상 철거 계획을 철회해 역사와 선열에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육사 차원에서 논의된 일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로 논란이 커졌으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옳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일제와의 독립전쟁을 선포한 이후 우리 독립군 부대가 일제 정규군을 상대로 처음으로 거둔 큰 승리였다"면서 "이 값진 승리들이 있었기에 우리 독립운동사는 무장독립투쟁을 중요한 축으로 세우면서 훨씬 풍부해지고 빛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일제의 탄압으로 만주에서 연해주로 쫓겨나 소련 땅에 의탁하지 않을 수 없었던 독립군 부대의 간난신고는 풍찬노숙으로 떠돌면서도 무장독립투쟁을 계속해 나가려는 불굴의 의지의 표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은 "그 시기 불가피했던 소련과의 협력을 이유로 독립전쟁의 위업을 폄훼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남루하고 편협한 나라로 떨어지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국방부 등이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을 문제 삼아 흉상 철거를 추진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독립영웅 다섯 분의 흉상을 육사 교정에 모신 것은 국군이 일본군 출신을 근간으로 창군된 게 아니라 독립군과 광복군을 계승하고, 육사 역시 신흥무관학교를 뿌리로 삼고 있음을 천명해 정통성을 드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흉상 철거는 역사를 왜곡하고, 국군과 육사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며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을 따로 철거·이전한다고 해도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홍범도 흉상 이전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