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 11번가, CJ올리브영을 제외한 대다수 여성 CEO가 취임한 기업의 경영 성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LG·SK·롯데·CJ·SPC 등 유통 그룹 주요 계열사는 여성 CEO를 대거 중용했다.
올해 2월 SPC는 던킨과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계열사 비알코리아 수장 자리에 이주연 대표를 선임했다. 이주연 대표는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과 CMO를 역임한 인물이다.
실제로 비알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791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반토막(-57.2%)이 났다.
LG생활건강을 이끄는 이정애 사장은 그룹 첫 여성 CEO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올 상반기 LG생활건강의 실적은 저조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0.5%, 영업이익은 22.5% 쪼그라들었다. LG생활건강은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요인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이정애 대표는 해외 사업 재정비와 화장품 리브랜딩으로 하반기 도약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에서는 11번가에서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을 첫 여성 CEO로 선임했다. 하형일 사장과 각자 대표로 공식 취임한 안 대표는 야후코리아, 네이버, 쿠팡, LF 등을 거친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다.
안 대표 체제 이후 라이브 커머스와 익일배송 서비스 등을 선보인 11번가는 올해 2월부터 실적 개선을 이루고 있다. 6월에는 전년 대비 70억원 이상 개선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오픈마켓 사업 기준 올해 상반기의 영업손익도 전년 동기 대비 290억원 이상 개선됐다.
지난해 10월 CJ올리브영의 신임 대표 자리에 오른 이선정 경영리더는 1977년생으로 그룹 최초 여성 CEO이자 최연소 CEO다. 그는 2006년 올리브영에 입사해 영업본부장과 MD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올리브영은 CJ그룹 내에서도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올리브영의 올 상반기 매출은 1조7966억원으로, 2020년 1조원대였던 올리브영의 연 매출은 올해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올리브영을 정조준하면서 '납품 업체 갑질'이라는 이슈로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까지 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올리브영은 최근 대관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12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여성 임원인 고희진·박남영 상무 2명을 부사장 자리에 올렸다. 여성 임원 중 부사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가량 늘어난 5240억원, 영업이익은 8% 줄어든 57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된 가운데, 아미와 메종키츠네 등 수입 패션 브랜드 덕분에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롯데멤버스는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혜주 대표를 수장으로 맞이했다. 2018년 선우영 롭스 대표에 이어 롯데그룹에서 탄생한 두 번째 여성 CEO다. 김 대표는 유료 멤버십 '엘페이 프리미엄'에 집중하고, 데이터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군과 연계한 사업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에서 ESG 측면에서 여성 임원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오너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 여성 CEO가 늘고 있지만 결국 이들이 롱런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