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속 '명화'는 입주민 대표 '영탁'의 대척점에 서는 인물이다. 재난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이다.
배우 박보영은 흔들림 없이 '명화'를 완성해 나갔다. 그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선(善)'과 '악(惡)'의 대립으로만 비치지 않도록 다채로운 얼굴을 비추었다. 표현에 한계가 있는 캐릭터였음에도 박보영은 묵묵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객을 설득했고 '영탁'의 대척점에 놓인 인물로 작품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했다.
아주경제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명화' 역을 연기한 박보영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 안팎으로 분투한 박보영의 이야기들을 들어 볼 수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박보영이 나눈 일문일답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 소속사를 BH엔터테인먼트로 옮긴 뒤였다. 대표님께서 제가 어떤 장르를 선호하고, 찍고 싶어 하는지 데이터베이스가 없으니 일단 다양한 시나리오를 보고 피드백을 해달라 말씀하셨다. 그 과정에서 제 앞으로 온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모두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만나게 된 거다.
박보영의 앞으로 들어온 작품은 아니었나 보다
- 그렇다. 저를 캐스팅하려고 하신 건 아니었는데 제가 시나리오를 읽게 된 거다. 작품을 읽으며 내내 갑갑함을 느꼈고 저에게 대입하게 되었다. 극 중 '명화'의 대사인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라는 대사가 마음에 오래 남더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대표님께 '이거 할 수 있나요?' '캐스팅 끝났나요?' 계속 여쭤보았고 아직 캐스팅 중이라는 말씀에 저도 해보고 싶다고 의견을 전달해 드렸다.
'명화'는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캐릭터였다. 마냥 '선'을 부르짖는 캐릭터처럼 보였다가는 관객에게 반감을 살 수도 있지 않았나. 중심을 잘 잡아서 생각할 폭을 넓힌 캐릭터로 완성됐다
- 극의 중심과 다른 방향, 신념을 끝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 캐릭터였다.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촬영 전부터 마음을 다잡고 촬영할 때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연기하기에 오히려 힘든 캐릭터였을 거 같다
- 극 중 인물들의 상황이 극적이기 때문에 '명화'가 이상만을 부르짖는 유니콘 같은 존재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답답할 수도 있다고 본다. 많은 일을 겪었음에도 도덕적 잣대가 높고, 이상적인 방향을 가리킨다는 게 불편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저는 영화를 보면서 오히려 '명화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 거다.
마냥 '선'으로 그려지지 않았던 건, '명화'의 다채로운 감정선 덕이기도 하다
-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명화'로 하여금 저의 낯선 얼굴이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감독님과 이야기 나누었던 장면은 902호 할머니를 찾아가 '할머니 아들 어딨어요'하고 따져 묻는 신이다. '명화'는 이성적인 친구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뭐라도 찾아내야 하고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명화'의 인간적인 모습이지 않았나 싶다. 그 장면이 주는 충격과 반전도 있어서 감독님과 함께 만족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대선배인 이병헌과의 호흡을 어려워했다고 들었다
- 제 또래라면 누구나 이병헌 선배와 함께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할 거다. 누구에게나 그런 기회가 오는 게 아니지 않나. 하지만 막상 선배님과 함께 연기하려니 너무 긴장되고 떨리더라. 감독님께서 '너무 어려워 말고 갈치라고 생각하라'며 (이병헌의 사진을) 휴대폰 배경 화면으로 설정하라고 하더라.
왜 '갈치'인가?
- 모르겠다. 감독님이 그날 '갈치'를 드셨던 걸까? 하하하. 왜 '갈치'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생물처럼 생각하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너무 어려워 말라는 조언이었겠지. 병헌 선배님이 분장한 사진을 휴대폰 배경 화면으로 설정하고 매일 들여다보았는데도 막상 대면하려고 하니 무섭더라. 첫 테이크에는 엄청 주눅 들어서 찍었던 것 같다.
박서준과 신혼부부로 등장했다
- 서준 오빠는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굳이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고 할까? 신기했다. 서로 편하니까 애드리브도 주고받을 수 있었던 거 같다.
'명화'로 인해 박보영의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진 거 같다. 학생 역할을 넘어 기혼 캐릭터도 소화하게 되었다
- 보시기에 어땠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이제 제법 유부녀 느낌이 나지 않나? 사실 누군가의 아내 역할을 한다는 것에 큰 거부감은 없다. 예전에는 외적으로 어려 보인다는 게 배우로서 큰 단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세월이 얼굴이 묻어나더라. 그냥 남들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거라고 본다. 남들보다 더 오래 교복도 입고 다양한 나이대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건 강점이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가보기로 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얻어가는 게 있다면?
- 영화를 보신 분들은 박보영이 누군가의 아내 역할을 한다고 해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 장르적인 부분도 차분하고 누르는 연기에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잘 잡아주신 것 같다. 관객들의 피드백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부담이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새롭게 흥미가 생긴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
- 재난물에 관해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 시나리오를 보고 관심이 많아졌다. '아, 나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구나' 싶더라. 이런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걸 자각하게 되었다.
영화로는 쭉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가진 작품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미확인 동영상'이나 '경성학교' '돌연변이' 등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 저는 좋아한다. 아무래도 제가 드라마로 사랑받고, 대중이 좋아하는 모습도 밝은 이미지다 보니 (TV 드라마로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릴 일이 적었다. 그나마 영화로는 변신을 꾀할 수 있는 구조고 환경이라서 (영화를 통해) 보여드릴 수 있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찾으려고 시도할 생각이다.
배우 박보영은 흔들림 없이 '명화'를 완성해 나갔다. 그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선(善)'과 '악(惡)'의 대립으로만 비치지 않도록 다채로운 얼굴을 비추었다. 표현에 한계가 있는 캐릭터였음에도 박보영은 묵묵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객을 설득했고 '영탁'의 대척점에 놓인 인물로 작품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했다.
아주경제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명화' 역을 연기한 박보영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 안팎으로 분투한 박보영의 이야기들을 들어 볼 수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박보영이 나눈 일문일답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박보영의 앞으로 들어온 작품은 아니었나 보다
- 그렇다. 저를 캐스팅하려고 하신 건 아니었는데 제가 시나리오를 읽게 된 거다. 작품을 읽으며 내내 갑갑함을 느꼈고 저에게 대입하게 되었다. 극 중 '명화'의 대사인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라는 대사가 마음에 오래 남더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대표님께 '이거 할 수 있나요?' '캐스팅 끝났나요?' 계속 여쭤보았고 아직 캐스팅 중이라는 말씀에 저도 해보고 싶다고 의견을 전달해 드렸다.
'명화'는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캐릭터였다. 마냥 '선'을 부르짖는 캐릭터처럼 보였다가는 관객에게 반감을 살 수도 있지 않았나. 중심을 잘 잡아서 생각할 폭을 넓힌 캐릭터로 완성됐다
- 극의 중심과 다른 방향, 신념을 끝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 캐릭터였다.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촬영 전부터 마음을 다잡고 촬영할 때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연기하기에 오히려 힘든 캐릭터였을 거 같다
- 극 중 인물들의 상황이 극적이기 때문에 '명화'가 이상만을 부르짖는 유니콘 같은 존재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답답할 수도 있다고 본다. 많은 일을 겪었음에도 도덕적 잣대가 높고, 이상적인 방향을 가리킨다는 게 불편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저는 영화를 보면서 오히려 '명화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 거다.
마냥 '선'으로 그려지지 않았던 건, '명화'의 다채로운 감정선 덕이기도 하다
-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명화'로 하여금 저의 낯선 얼굴이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감독님과 이야기 나누었던 장면은 902호 할머니를 찾아가 '할머니 아들 어딨어요'하고 따져 묻는 신이다. '명화'는 이성적인 친구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뭐라도 찾아내야 하고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명화'의 인간적인 모습이지 않았나 싶다. 그 장면이 주는 충격과 반전도 있어서 감독님과 함께 만족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대선배인 이병헌과의 호흡을 어려워했다고 들었다
- 제 또래라면 누구나 이병헌 선배와 함께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할 거다. 누구에게나 그런 기회가 오는 게 아니지 않나. 하지만 막상 선배님과 함께 연기하려니 너무 긴장되고 떨리더라. 감독님께서 '너무 어려워 말고 갈치라고 생각하라'며 (이병헌의 사진을) 휴대폰 배경 화면으로 설정하라고 하더라.
왜 '갈치'인가?
- 모르겠다. 감독님이 그날 '갈치'를 드셨던 걸까? 하하하. 왜 '갈치'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생물처럼 생각하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너무 어려워 말라는 조언이었겠지. 병헌 선배님이 분장한 사진을 휴대폰 배경 화면으로 설정하고 매일 들여다보았는데도 막상 대면하려고 하니 무섭더라. 첫 테이크에는 엄청 주눅 들어서 찍었던 것 같다.
박서준과 신혼부부로 등장했다
- 서준 오빠는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굳이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고 할까? 신기했다. 서로 편하니까 애드리브도 주고받을 수 있었던 거 같다.
'명화'로 인해 박보영의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진 거 같다. 학생 역할을 넘어 기혼 캐릭터도 소화하게 되었다
- 보시기에 어땠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이제 제법 유부녀 느낌이 나지 않나? 사실 누군가의 아내 역할을 한다는 것에 큰 거부감은 없다. 예전에는 외적으로 어려 보인다는 게 배우로서 큰 단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세월이 얼굴이 묻어나더라. 그냥 남들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거라고 본다. 남들보다 더 오래 교복도 입고 다양한 나이대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건 강점이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가보기로 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얻어가는 게 있다면?
- 영화를 보신 분들은 박보영이 누군가의 아내 역할을 한다고 해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 장르적인 부분도 차분하고 누르는 연기에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잘 잡아주신 것 같다. 관객들의 피드백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부담이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새롭게 흥미가 생긴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
- 재난물에 관해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 시나리오를 보고 관심이 많아졌다. '아, 나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구나' 싶더라. 이런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걸 자각하게 되었다.
영화로는 쭉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가진 작품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미확인 동영상'이나 '경성학교' '돌연변이' 등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 저는 좋아한다. 아무래도 제가 드라마로 사랑받고, 대중이 좋아하는 모습도 밝은 이미지다 보니 (TV 드라마로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릴 일이 적었다. 그나마 영화로는 변신을 꾀할 수 있는 구조고 환경이라서 (영화를 통해) 보여드릴 수 있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찾으려고 시도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