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 분)의 사투를 담고 있다. VFX 등 한국영화에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 '더 문'은 배우 도경수에게도 의미 깊은 흔적들을 남겼다.
"영화를 보고 '아, 역시 김용화 감독님이구나' 했어요. '무중력'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내내 궁금했는데. 시각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그런 부분들이 참 좋더라고요."
극 중 도경수는 달에 홀로 고립된 대한민국 우주 대원 '선우' 역을 맡았다. 분자 물리학을 전공한 UDT 출신의 우주 대원이다.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 우리호에 탑승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함께 떠난 탐사 대원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는다. 우주선 조작도 미숙하고 쏟아지는 유성우 때문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임무를 수행하고 싶다.
도경수는 자연스레 '선우'의 마음을 읽어 낼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공간이 주는 힘을 제대로 느꼈다는 설명이었다.
"감독님과 고립된 감정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계속해서 상상했고 감독님과도 의견을 나누었고요. 고립되어 공포를 느끼는 건 노력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우주선은 좁았고 기계를 설치해 자연스레 흔들리도록 했어요. 그건 연기라기보다는 '진짜' 제 감정이었죠. 하하하."
도경수는 극 중 우주 유영 장면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로 아이돌 활동을 꼽았다. 안무를 익히는 게 액션 신을 배우는 과정과 닮아있다는 설명이었다.
"액션 신을 보면 금방 안무화시킬 수 있어요. 우주 유영 신도 그랬어요. 몸의 밸런스를 잘 맞출 수 있죠. 코어에 힘을 주고 움직임을 잡는데 안무도 빨리 익히니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도경수와 지난 10년 동안 쌓은 필모그래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스스로 생각하기에 성장하고 발전한 점은 무엇 같으냐"고 물었다.
"경험이죠. 지금까지 작품을 해오면서 상처를 입고 흉터가 지듯 계속해서 부딪치고 경험하는 게 제게 남는 거 같아요. 몸소 체험하면서 얻어가는 경험이 쌓이는 거죠. 단순한 점들이 바뀌고 있는데 그걸 (직접적으로도) 느끼곤 해요."
캐릭터의 성장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동안 '소년'으로서 보호본능을 일으키거나 다치고 깨져 성장하는 인물들을 연기해 왔던 도경수인 만큼 작품의 선택 기준이나 캐릭터의 확장에도 궁금증이 생겼다.
"저는 제 나이대에 맞는 걸 연기하고 싶어요. '모성애를 부르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건 아니에요. 그저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들에 진심을 쏟고 싶어요. 저도 나이를 먹고 있으니 자연스레 캐릭터들도 성장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