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첫 시행돼 4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유류분 제도가 유언자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등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들에서는 여전히 유류분을 인정하고 있다. 해외 연방헌법재판소에서도 "유류분은 혈연과 가족공동생활에 기초한 세대 간 연대가 상속법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합헌성을 확인했다.
영미법계는 '상속인 유언' 절대적
27일 헌법재판소가 발간한 '유류분 제도에 관한 헌법적 검토'에 따르면 독일 민법은 유언에 의한 상속인 지정으로 다른 상속인이 상속에서 배제되었을 대 '의무분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또 상속에서 배제되지 않았더라도 그에게 남겨진 상속분이 의무분에 미치지 못하면 부족한 범위에서 '추가의무분'을 인정한다. 의무분 권리자는 피상속인 직계비속과 부모, 배우자로 한정된다. 오스트리아도 상속인 지정으로 상속에서 배제된 사람에게 의무분을 인정하고 상속에서 배제되거나 의무분에 미치지 못하는 재산만을 받았을 때는 그 부족분을 의무분으로 청구할 수 있다. 의무분 권리자는 피상속인 직계비속, 배우자, 등록된 동반자로 국한하고 있다.
프랑스는 상속재산과 상속권의 일부로서 유류분 권리자에게 귀속되도록 법이 보장하는 '유류분'과 피상속인이 무상처분으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자유분'으로 나누고 있다. 재산의 증여와 유언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유언의 자유는 유류분과 양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됨을 민법에서 명시한 것이다. 다만 형제자매를 포함해 피상속인의 모든 직계혈족은 촌수과 관계 없이 유류분 권리자가 된다. 프랑스 민법에 따르면 '자유분'을 초과한 때부터 유류분을 침해한 것이 되기 때문에 자유분 비율 결정이 중요하다.
독일 헌재, 유류분 '합헌' 결정
해외에서도 유류분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유류분 제도에 관한 독일 민법 규정에 대해 합헌성을 확인했다. 유류분 제도를 통해 유언의 자유와 친족상속의 원칙 간에 균형을 도모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된다는 것이 독일 법원의 기본 방침이다. 독일 법원은 "유류분은 '가족'과 관련된 사법질서 전체를 향도하는 근본적 가치규범을 포함하고 있고, 독립적이고 자기 책임적인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공동체를 존중하고 지원할 의무를 국가에 부과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일반적인 가족관계를 명백히 벗어난 중대한 비행을 저지르고, 피상속인이 그 비행 자녀를 상속에서 배제하는 최종적 의사를 표한다면 유류분을 박탈할 수 있다고 했다.
상속법 전문 변호사는 "국가마다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들에서는 대부분 유류분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 헌재도 유류분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