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저작권 침해 소송 2년만에 1심 승소한 엔씨…리니지라이크 '춘추전국시대' 제동 걸리나

2023-08-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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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웹젠과의 1심 저작권 침해 중지 소송에서 승소…"R2M, 서비스 중단해야"

웹젠의 부정경쟁행위 인정돼…엔씨 "게임 콘텐츠 저작권·창작성 법적 인정받아"

웹젠은 1심 선고 당일 바로 항소…항소심에서 부정경쟁행위 여부 놓고 다툴듯

최근 다른 게임 간 유사성 인정하는 판결 잇따라…'리니지라이크' 출시 관행 바뀔까

[사진=엔씨소프트]

법원이 웹젠의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R2M'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을 표절했다는 취지의 1심 판결을 지난 18일 내렸다. R2M은 엔씨의 '리니지' 시리즈와 게임성이 유사한 '리니지라이크' 게임 중 하나로 꼽힌다. 엔씨는 R2M에서 활용되는 콘텐츠와 시스템 등의 상당수가 리니지M을 모방했다고 주장하며 웹젠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엔씨의 손을 들어줬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최근 범람하고 있는 리니지라이크 MMORPG 게임 출시에 제동이 걸릴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엔씨는 리니지M에 이어 '리니지2M', '리니지W' 등 리니지 시리즈를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한 이후 높은 매출을 거두는 데 잇따라 성공해 왔다. 이에 주목한 다른 게임사들도 리니지 시리즈와 비슷한 게임성을 갖춘 MMORPG를 연이어 출시했고, 상당수 게임들이 앱 마켓 매출 순위에서 상위권에 오르면서 리니지라이크는 게임업계의 '캐시카우'로 떠올랐다. 그러나 리니지 시리즈와 세부적인 게임 시스템 등까지 흡사한 게임들이 나오면서 엔씨는 결국 칼을 빼들었다. 이번 판결이 앞으로의 게임 저작물 관련 소송 성패를 가르는 선례가 될 전망이다.
 
[사진=아주경제DB]
 
법원, 엔씨소프트 '리니지M'과 웹젠 'R2M' 유사성 인정…"웹젠 행위, 부정경쟁행위 해당"

1심 재판부는 엔씨가 주장한 웹젠 R2M의 부정경쟁행위 해당 여부와 저작권 침해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재판부는 이 중 부정경쟁행위 관련 주장을 받아들여 웹젠이 엔씨에 10억원 및 이에 대한 연 12% 비율의 이자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R2M'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게임을 일반 사용자들에게 사용하게 하거나 선전·광고·복제·전송·번안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법원은 웹젠이 R2M 개발 과정에서 리니지M의 종합적인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차용해 모방했고, 이로 인해 엔씨소프트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됐다고 봤다. R2M이 리니지M을 모방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사진=아주경제DB]

앞서 엔씨는 지난 2021년 6월 "웹젠이 서비스 중인 ‘R2M’에서 당사의 대표작인 '리니지M'을 모방한 듯한 콘텐츠와 시스템을 확인했다"며 웹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엔씨는 R2M이 리니지M의 여러 요소들을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리니지M에서 경험치와 아데나(리니지M 게임 내 재화) 확률을 높여주는 기능인 '아인하사드의 축복'이 'R2M'에서는 '유피테르의 계약'이라는, 사실상 이름만 다른 매우 유사한 기능으로 서비스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외 변신·마법인형 시스템, 무게 시스템, 강화 시스템 등 여러 요소에서 세부적인 부분까지 유사점이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웹젠은 엔씨가 주장하는 요소들의 유사성에 대해 부인했다. 게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요소들이라는 이유로 해당 사항들만으로는 유사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리니지M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된다고 봤다. 특히 게임 내 각 구성요소의 선택·배열·조합 등을 통해 엔씨의 게임에 구현된 시스템의 명성과 고객 흡인력, 비중 등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시스템이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R2M이 리니지M의 선택·배열·조합 등을 모방함으로써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부정경쟁행위를 범했다고 재판부는 적시했다. 웹젠은 R2M이 지난 2021년 7월 29일 게임 내 구성요소 등을 일부 수정한 이후에는 부정경쟁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R2M이 리니지M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아인하사드의 축복'에 대해 재판부는 "게임 규칙에 해당하는 아이디어로, 설령 독창성·신규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물론 R2M의 '유피테르의 계약'이 아인하사드의 축복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인정하기는 했지만, 저작권 침해와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 엔씨가 주장한 다른 여러 유사성들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기존 게임 규칙을 변형한 것으로 보고, 저작권 인정 여부에 중요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엔씨소프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리니지M과 R2M 간 유사성을 인정하고 R2M의 서비스 중단을 촉구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엔씨 측은 "기업의 핵심 자산인 IP·게임 콘텐츠의 저작권과 창작성이 법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판결에 게임 산업 저작권 인식 변화에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심에서 패소한 웹젠은 항소할 방침이다. 웹젠에 따르면 R2M의 지난해 매출 총액은 329억원으로, 연결 기준 전체 매출의 13.6%를 차지한다. 만일 법원의 결정대로 R2M 서비스가 중단된다면 웹젠으로서는 주요 수입원이 증발하는 셈이 된다. 박광엽 웹젠 게임사업본부장은 18일 R2M 커뮤니티 공지에서 "법원의 판결은 존중하지만 자사의 입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R2M의 게임 서비스가 실제로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한 법적 대응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웹젠은 항소와 함께 서비스 중단 결정의 효력을 중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조만간 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 역시 1심에서 이겼지만, 항소심에서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확장해 더욱 많은 배상 금액을 받아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게임업계 '리니지라이크' 출시 전략에 제동 걸리나
 
[사진=엔씨소프트]

이번 판결로 당장 시선은 현재 진행 중인 엔씨와 카카오게임즈 간 1심 소송에 쏠린다. 엔씨는 지난 4월 MMORPG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의 '리니지2M'을 표절했다며 게임 제작사 엑스엘게임즈와 유통사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재판은 아직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엔씨의 이번 승소가 상당 부분 재판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R2M과 마찬가지로 아키에이지 워 역시 엔씨 게임과의 유사성이 소송의 주된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엔씨 측은 "당사의 지식재산(IP) 보호를 위한 소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 측은 "동종 장르의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돼 온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에 대한 것으로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파악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사진=카카오게임즈]

최근 게임물 내부 구성요소의 저작물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례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판결이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가령 지난 2019년 대법원은 킹닷컴이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의 '포레스트매니아'에 대해 제기한 저작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킹닷컴은 자신들이 개발한 '팜히어로 사가'와 포레스트매니아 간 유사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유주게임즈코리아의 MMORPG '블랙엔젤'이 웹젠의 '뮤 온라인'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1심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블랙엔젤이 '뮤 온라인'의 핵심적 구성 요소를 무단으로 사용해 웹젠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봤다.

이러다 보니 앞으로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통해 단기간 높은 매출을 끌어오는 게임사들의 전략에 어느 정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MMORPG 게임을 만들더라도 리니지 시리즈에 있는 요소를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차별점을 두는 방식에 대해 게임사들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는 "앞으로 소위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사들은 향후 업데이트를 할 때 리니지 색깔을 좀 지우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이고, 현재 관련 게임을 개발 중인 회사들도 방향성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엔씨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엔씨는 리니지2M, 리니지W 등 주요 게임들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2019년 출시한 리니지2M과 2021년 선보인 리니지W 모두 출시까지 시간이 다소 흐른 데다가, 다른 게임사들에서도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우후죽순으로 출시하면서 리니지 시리즈를 플레이하던 이용자들이 다른 리니지라이크 게임으로 옮겨 간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엔씨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어 저희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이 이번 1심 판결로 인해 다소 잦아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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