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들과 수년간 수천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정부가 전관 카르텔 척결을 위한 작업을 본격화한다. 설계·감리용역에 대한 체결 절차를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체결을 마친 전관업체와의 용역계약까지 해지하기로 했다. 무량판 구조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달 31일 이후 체결된 전관 업체와의 계약이 해지 대상으로, 648억원 규모다.
LH는 20일 서울지역본부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선 설계·감리 등 용역계약 체결 절차를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이미 체결을 마친 전관 업체와의 용역계약까지 해지한다.
LH 아파트 단지 철근 누락 사실을 발표한 지난달 31일 이후 체결된 전관 업체와의 계약이 해지 대상이다. LH가 용역 업체와의 통화, 임원 확인서를 통해 확인한 결과, 7월 31일 이후 전관 업체가 참여해 체결한 설계 공모는 10건(561억원), 감리용역은 1건(87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7월 31일 이후 입찰 공고와 심사 절차를 진행한 설계·감리용역 23건은 후속 절차도 중단한다. 낙찰자를 선정하지 않은 용역은 설계 11건(318억원), 감리 12건(574억원)이며, 모두 892억원 규모다. 이들 용역은 공고를 취소한다.
전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업체와의 계약은 그대로 유지한다. 계약을 취소한 용역과 향후 발주할 용역에 대해서는 LH 계약·심사 관련 내규를 개정해 전관 업체 입찰을 배제한 뒤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설계·감리 용역 업체 선정 때는 LH 퇴직자 명단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퇴직자가 없는 업체에는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또한 용역입찰유의서 등 LH 내규 개정을 통해 전관업체의 설계 및 감리 용역 참여 전면 배제 방안도 기획재정부 특례 승인을 거쳐 추진한다.
이와 함께 전관 개입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제도강화를 추진한다. 먼저 최근 5년 내 LH와 설계·감리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는 업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해 LH 퇴직자 및 전관업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다.
취업심사제도도 강화한다. 취업제한 대상자는 확대됐으나 취업제한 대상기업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이러한 방안들을 종합해 10월 중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 혁파 종합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관 카르텔은 공공의 역할을 배신하는 행위이자, 공정한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반 카르텔' 정부를 선언한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 치의 흔들림이나 양보 없이 카르텔 혁파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