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을 시찰하면서 곧 방류 일정을 확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등 주변국 반발과 현지 어민들 불만은 해소하지 못한 채 방류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께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하고 "정부의 최종 책임자로서 시설을 확인하고 생각을 직접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고바야시 요시미쓰 도쿄전력 회장, 고바야카와 도모아키 도쿄전력 사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오염수(약 133만톤)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해 30~40년에 걸쳐 원전 앞 해저 터널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ALPS로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트리튬)는 바닷물과 섞어 기준치 대비 40분의 1 이하로 희석한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라고 부르는 이유다.
기시다 총리는 21일 후쿠시마 현지 어민들과 면담도 추진한다. 그동안 후쿠시마 어민들과 만날 때 니시무라 야스히 경제산업부 장관이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기시다 총리가 직접 만나겠다는 의지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평(확인되지 않은 소문) 피해 대책과 오염수 방류가 국제 기준에 합치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 내용을 직접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방출 시기는 22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어민들과 면담한 것을 근거로 각료회의(국무회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것이다. 방출 시기는 이달 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방출 시기에 대해 "후쿠시마현 앞바다에 저인망 어업이 시작되는 9월 방류 시작을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도 "일본 정부는 8월 말에 해양 방출을 시작하려 한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현지 어민들과 인접 국가들이 반발하고 있음에도 8월 말 방류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어민들과 신뢰가 깊어지고 있다"고 했지만,노자키 데쓰 후쿠시마 어업협동조합(어련) 회장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다"며 양측 간 견해차가 있음을 시사했다. 지지통신은 "오염수 방류는 후쿠시마 부흥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보는 일본 정부가 어민들 이해를 얻지 못한 채 방출을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주변국들 중에는 중국이 가장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교도통신은 중국 정부가 지난 7월 해양 방류가 아닌 수증기 방출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은 처리수라고 칭하는 일본 정부 주장에 대해 '핵오염수'라고 지칭하며 국제 무대에서 각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강화해 사실상 수입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 정치권 반발에 대해서도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IAEA 보고서를 존중하려고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방류 계획에 대해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일 관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면 정권 방향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