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부동산 리스크와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세가 결합돼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주요 2개국(G2) 리스크에 한국 경제가 휘청이는 모습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은 20일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고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정부, 중국 부동산발 리스크 예의주시...전담반도 신설
추 부총리 등은 이날 회의에서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초래된 신용 위기의 여파를 들여다봤다.
기재부는 "국내 금융회사의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약 4000억원 수준으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나 향후 사태 전개 등에 따라 국내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국내외 금융·실물 부문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동 중인 범정부 경제상황 합동점검반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필요할 경우 관계 기관과 공조해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거시경제·금융 현안 회의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건'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던 지난해 10월 당국 간 협력 강화를 위해 신설된 뒤 매주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만 회의 내용이 공개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7월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에 이어 이번에 회의 내용을 공개한 건 정부가 발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별개로 기재부는 지난주 경제정책국 내에 '중국 경제 상황반'을 설치했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재부를 비롯해 한국은행·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제금융센터 등 관계자도 참여 중이다.
정부가 이처럼 경계 수위를 높일 정도로 중국발 리스크 후폭풍이 상당하다. 비구이위안에 이어 또 다른 대형 업체 헝다도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중국 부동산 관련 산업의 연쇄 도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의 자금난이 금융시장 신용 위기로 번질 경우 디플레이션 우려를 넘어 중국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수출 등에서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미국 국채 금리가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 글로벌 지표 금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 경제가 워낙 견조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차이나 리스크'에 따른 위안화 약세에 달러 강세까지 더해져 원화 가치가 추락을 거듭 중이다. 한 달 전만 해도 12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1342원으로 마감돼 연중 최고치(5월 2일, 1342.1원)에 근접한 상태다.
중국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하고 강(强) 달러 추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국인 자금 이탈을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킹 달러'에 답답한 美, '슈퍼 엔저'에 웃는 日
미국에 이어 일본까지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우리 경제를 더 압박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경합하는 분야가 많아 일본의 수출이 늘면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준다.
미·일 양국의 경제 호조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부러운 일이지만 더 깊게 들여다보면 두 나라 사이에 온도 차가 감지된다. 미국으로서는 달러 강세가 마냥 반갑지 않다. 경기 대응력이 떨어지는 데다 내년 상반기로 관측돼 온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더 늦춰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아울러 달러 독주가 길어지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개발도상국의 달러 외채 상환 어려움, 세계 각지의 지정학적 갈등 등을 초래해 글로벌 경제를 한층 더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일본의 완화적 통화 정책에 따른 엔저는 수출 등 경제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올해 일본의 경제 성장률이 25년 만에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