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변호사법에 따라 설립된 법무법인도 상법상 '상인'으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법무법인에 대한 변호사의 급여채권도 상법을 적용하는 상사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A씨가 B법무법인과 C씨를 상대로 낸 추심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 판결 가운데 지연손해금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일부 파기하고 "지연 이율을 민법상 법정이율인 연 5%로 설정하라"며 파기자판했다. 파기자판은 원심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대법원이 스스로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A씨는 그중 한 변호사에 대해서는 그가 속한 법무법인에서 받아야 할 급여채권 가운데 일부를 추심하고자 B법무법인을 상대로 2019년 11월 추심금 소송을 냈다. 또 다른 변호사에 대해서는 그에게 성과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C씨를 상대로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1·2심 법원은 B법무법인이 약 1억6000만원을, C씨가 1억원을 각각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2심 법원은 B법무법인이 A씨에게 지급할 지연손해금을 계산할 때 상법 54조에 따른 법정이율인 연 6%를 적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연손해금 법정이율을 민법 규정에 따라 5%로 설정하라고 판결했다. 변호사는 상법상 당연상인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소속 법무법인 대해 갖는 급여채권도 상행위로 발생하는 상사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변호사는 영리 추구 활동이 엄격히 제한되며 직무에 관해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는 여러 규정 등이 적용된다"며 "이를 종합하면 변호사는 상법 5조 1항이 정하는 의제상인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는 법무법인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법 역시 법무법인을 상법상 회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원심은 지연손해금 법정이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