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놓고 국민의힘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4일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포함돼 출마 자격을 갖추면서 누구를 공천할 지 당내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면은 '강서구청장 재공천 의지'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애초 이번 보궐선거에 무공천을 검토하고 있던 지도부가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따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 뜻은 '김 전 구청장을 사면했으니 무조건 보궐선거에 내보내야 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지도부도 용산 대통령실의 여러 채널을 통해 대통령 의중을 알아본 뒤 이런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같은 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사면을 단행한 윤 대통령 의중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본다"며 "이는 현 지도부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의중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판단이 충돌하는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당초 김기현 당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강서구청장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지난 5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유죄로 확정돼 김태우 전 구청장이 직을 잃으면서 이번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만큼 원인을 제공한 국민의힘이 공천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실제 김 전 구청장의 족쇄가 풀리고, 김 전 구청장이 사면 직후 입장문을 통해 출마 의지를 드러내면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나 용산의 구체적인 메시지 없이 김 전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표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생각이 많이 복잡해졌을 것"이라고 했다.
또 강서구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라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도 국민의힘 지도부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김 전 구청장이 당선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후보 공천 과정에서 서로 반목하면서 지지세가 분열된 이유가 컸다는 게 여권의 분석이다.
여권 일각에선 일단 야당 후보군이 정리되는 8월 말까지 기다리면서 윤 대통령 의중을 제대로 파악한 뒤 재공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김 전 구청장은 최근 지도부 일부 인사에게 전화를 걸어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당이 공천을 주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를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당 지도부가 김 전 구청장에게 이번 보궐 선거가 아닌 내년 총선 출마를 권유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당 관계자는 "적당한 시기에 지도부 인사가 김 전 구청장에게 보궐선거 불출마를 설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