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와 인건비 등의 지속 상승으로 공사비가 뛰어오르면서 정비사업지 곳곳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300 규모의 대단지인 서울 북아현2구역에서도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를 두고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일부 조합원들이 시공사 교체를 주장하는 등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열릴 예정이던 '북아현2구역 2차 공사비 관련 설명회'는 시공사업단(삼성물산·DL이앤씨 컨소시엄)이 설명회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취소됐다.
현재 시공단은 마감 수준을 조정한 뒤 공사비를 719만원(3.3㎡당)으로 제시했으나 조합 측이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은 설명회 불참을 계기로 시공사 교체까지 주장하고 있다.
시공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앞서 설명회는 조합 측에서 갑자기 요청을 해 온 사항으로 설명회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고 공문을 보냈다”며 "조합과 시공단 간 공사비 의견 차이가 있어 현재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공사 입장에서 공사비를 마냥 조합 측에 맞춰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은 북아현3구역뿐 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8일 홍제3구역은 대의원회를 개최해 '현대건설 도급공사계약 해지의 건'을 논의하고 투표를 진행했다. 홍제3구역 관계자는 "조합은 지난 2020년 시공사 현대건설과 3.3㎡ 512만원으로 계약했으나, 올해 898만6400원의 공사비를 제안받았다"라며 "그간 물가인상률 등을 반영해 690만원가량을 생각했는데, 현대건설에서 협상 의지 자체를 보이고 있지 않아서 (해지 안건을) 의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건은 대의원회에서 통과된 것으로 전해지며 추후 있을 총회에서 최종적인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성남 산성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2월 기존 시공단이 공사비를 44%가량 올려줄 것을 요구하자 지난 5월 시공단과의 계약 해지를 의결하기도 했다. 부산 진구 촉진2-1구역 또한 GS건설로부터 2015년 계약 당시 공사비(549만5000원)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987만원을 제시받은 뒤 지난 6월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건설사들은 공사비 인상과 관련해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오르고 있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에 따르면 지난 6월 주거용 건물 건설 공사비지수는 150.67로 1년 전인 지난해 7월 146.84와 비교하면 2.61% 올랐다. 2년 전인 2021년 7월(132.60)과 비교하면 13.6%, 3년 전인 2020년 7월(118.43)과 비교하면 27.2% 뛰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실제로 철근·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고 인건비 또한 뛰고 있다"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 공사비 증액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