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1일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린다. 지난 1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시작한 잼버리는 태풍 '카눈' 영향으로 비상 대피 결정이 내려지며 8일부터 전국 단위로 확대됐다.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모인 4만 여명은 새만금을 넘어 각 지역과 한국 문화를 고루 체험했다. 다만 행사 초기 불볕더위와 위생 문제 대응 미흡, 담당 지자체의 미숙한 운영 등은 다른 국제 행사 개최에 앞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역대 최대 규모로 12일간 열려
10일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1일 오후 서울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잼버리 폐막을 알리는 폐영식이 열린다. 2027년 다음 잼버리가 열리는 폴란드 스카우트 측이 세계잼버리대회 깃발을 공식 인수한다.잼버리 대미는 인기 아이돌그룹이 대거 참여하는 K-팝 슈퍼라이브가 장식한다. 폐영식에 이어 열리는 이 공연에는 아이브와 뉴진스, NCT 드림, 있지, 더보이즈, ATBO, 프로미스나인 등 19개 팀이 무대에 오른다.
올해 잼버리는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 잼버리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스카우트 대원은 156개국 4만명이 훌쩍 넘는다.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다.
야영장 규모도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행사가 열린 새만금 야영장 면적은 8.84㎢로 대회 중 가장 넓었다. 축구장 1071개가 들어가고, 서울 여의도보다 3배 큰 규모다. 150여 개국에서 4만 여명이 몰리며 참가자 수도 역대 잼버리 중 가장 많았다. 야영장 인근 전북 14개 시·군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세계잼버리 사상 처음으로 운영하며 관심을 끌었다.
참가자들 만족도 역시 대체로 높았다. 새만금 야영장에서 만난 한 참가자는 "휴대전화를 볼 시간도 없을 만큼 매 순간을 즐기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이 매일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때 8%에 달했던 불만족률은 지난 6일 기준 4%까지 내려갔다.
英·美 조기퇴영..중앙정부 나서며 안정화
큰 기대 속에 시작한 새만금 잼버리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주최기관인 전북도와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의 미숙한 운영 탓이다. 개막 다음 날인 2일 저녁 열린 개영식에선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당시 부안 한낮 온도는 35도까지 올랐다. 야영장을 포함한 전북 일대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불볕더위 속에 개영식이 치러지면서 스카우트 대원 등 84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이 가운데 83명은 온열질환이었다. 개막 첫날에도 온열질환자가 400여 명 발생했지만 대응은 미비했다.화장실과 샤워장 역시 턱없이 부족했다. 청소도 문제였다. 잼버리 참가자들은 새벽부터 일정을 시작하는데, 청소는 아침부터 시작했다. 위생 문제로 참가국들이 불만을 표출했지만 상황은 빨리 개선되지 않았다. 스카우트 대원들이 먹는 급식 역시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 등이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영국은 스카우트 종주국이자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4500여 명을 파견했다. 미국은 새만금 잼버리 직전 이 대회를 개최한 국가다. 거듭되는 미숙한 운영에 세계스카우트연맹은 행사 중단을 권고했다.
파행 위기에 놓인 잼버리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지난 4일부터 전북도가 아닌 행정안전부 등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면서 안정을 찾아갔다. 냉방시설·장비와 화장실 확대, 청소 인력 보강 등이 속속 이뤄졌다. 상황이 개선되자 싱가포르는 다시 야영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제6호 태풍 '카눈'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카눈이 한반도를 수직으로 관통한다는 예보가 나오자 정부는 지난 7일 참가자 전원 비상 대피를 결정했고, 8일 야영장에 남은 3만7000여 명을 서울을 비롯한 8개 시·도로 이동시켰다.
2년 뒤 아태잼버리···실수 반복 말아야
우리나라는 굵직한 국제행사 개최를 여러 건 앞두고 있다. 2년 뒤엔 아시아태평양잼버리를 개최한다. 우리나라는 2018년 10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6차 아태스카우트총회에서 2025년 제33회 아태잼버리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아태잼버리에는 40여 개국에서 2만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내년 1~2월엔 강원 평창·강릉·정선 일원에서 동계청소년올림픽이 열린다. 유럽 국가가 아닌 곳에서 이 대회가 치러지는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새만금 잼버리를 '반면교사' 삼아 준비를 철저히 해야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유치전에 나선 국제 행사는 더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통상 국제 규모 행사는 안전·위생 문제 등을 사전에 철저히 점검한 뒤 대회를 치른다"며 "새만금 잼버리는 모든 측면에서 사전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인 대회에 대형 행사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여성가족부가 주무부처로 참여한 점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전반적으로 이번 사태가 다른 국제 행사에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며 "아태잼버리는 물론 유치전에 나선 부산세계박람회 등을 긴장감을 가지고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