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발생한 경부일반선 무궁화호가 탈선사고 원인 열차를 다른 궤도로 옮기는 설비인 '분기기'의 레일 부위가 '부식 피로'로 인해 부러졌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해 11월6일 오후 8시52분께 경부선 영등포역 구내에서 발행한 제1576 무궁화호 열차 궤도이탈(탈선)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9개월에 걸친 조사 결과, 사고는 분기기의 일부인 텅레일(tongue rail·분기점에서 길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레일)에 부식피로가 쌓여 앞선 열차 운행 중 부러지면서 발생했다.
텅레일이 부러진 배경으로는 구조적 문제 등의 물적 요인과 정비 미흡을 비롯한 인적 요인이 모두 지적됐다.
우선 사고 지점 분기기의 전체 길이(26m)가 권장 설계기준(38∼47m)에 비해 짧았고, 텅레일은 단면적이 일반 레일보다 작아 피로에 더욱 취약한 구조인 것으로 확인됐다. 분기기 앞뒤로 곡선 선로가 있어 불가피하게 짧은 설비를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사고구간은 열차가 일반철도 구간 중 가장 많은 하루 174번 통과하고, KTX와 새마을호 등 다양한 열차가 운행하면서 바퀴가 레일의 각각 다른 부위에 접촉해 레일 표면에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사고 발생 약 6개월 전부터 관리 주체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점검에서 문제의 텅레일에 표면 결함이 여러 차례 발견됐으나, 레일 연마나 교체 등 정비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발생 6일 전에 이뤄진 분기기 정밀 점검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조위는 이날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기관인 코레일에 5건, 국가철도공단에 3건 등 총 8건의 안전 권고를 내렸다.
코레일에는 분기기 점검에서 레일 표면 결함이 발견되는 경우에 대해 분석과 관리를 철저히 하고, 정비 방안을 수립해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또 분기기에도 레일의 세부 결함을 초음파로 검측하는 '위상배열 탐상 장비' 등을 도입해 정밀 점검을 하고, 권장 기준보다 길이가 짧은 분기기는 적정 규격으로 교체하는 방안 등을 권고했다.
철도공단에 대해선 사고 분기기의 취약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선로 유지 관리지침'을 개정해 구체적인 정비·관리 기준을 정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사조위 조사 보고서 전문은 이날 오전 10시 사조위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국토부는 조사 보고서와 관련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코레일에 과징금 부과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김수정 사조위 사무국장은 "관계기관에 조사보고서를 바로 송부해 안전권고 이행계획 또는 결과를 제출토록 할 예정"이라며 "지속적인 점검 및 독려 등을 통해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