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지하주차장 91곳을 전수조사했다고 밝혔지만 10곳 이상이 안전점검 대상에서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황 파악조차 못하는 기관은 존립할 근거가 없다"며 격노했다. LH는 누락된 10곳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즉시 돌입한다고 밝혔다.
9일 LH에 따르면 경기 화성 비봉지구 A-3BL 단지의 지하주차장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으나, 이 아파트는 앞서 LH가 공개한 안전점검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해당 단지는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건설현장 감리 실태 점검을 위해 방문하기로 한 단지로, LH는 원 장관 방문에 앞서 아파트 단지 현황을 확인하면서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뒤늦게 이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단지 공정률은 30.91%다.
앞선 전수조사에서 이들 무량판 단지 10곳이 빠진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은 원 장관은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장관은 "LH가 취합한 91개의 무량판 사업장 외에도 10곳의 누락된 사업장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는데, LH가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엄중한 상황임에도 업무 파악에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은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면서 "자정기능이 빠진 LH를 과연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라고 질타했다.
원 장관은 이어 "이날 감리 실태를 보겠다고 현장을 정하니까 그때서야 잘못을 보고하는 것은 한참 잘못된 일"이라면서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상황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니 거짓말까지 하려했던 것 같은데 기득권의 안일함인지, 무엇에 씌인 것인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또 "조직은 실수를 이중, 삼중으로 점검해서 개인의 실수를 뛰어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서 "거액의 돈과 인력, 행정력을 투입하면서 현황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기관이 존립할 근거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LH는 무량판 주거동을 전수조사할 때도 1개 단지를 누락했다. LH는 2017년 이후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곳은 없다고 밝혔지만 세종시 장수명주택 시범사업으로 무량판과 벽식 구조를 혼합한 무량복합구조 아파트 1개동을 지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 단지는 2019년 준공돼 조사 대상에 포함됐어야 한다.
LH 측은 "누락된 10개 단지 가운데 착공 이전인 단지는 구조설계가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공사 중인 단지는 추가 정밀안전진단을 하기로 했다"면서 "철근 누락이 발견되면 입주민 협의를 거쳐 설계변경과 보수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LH는 민간참여사업 방식을 적용한 41개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들 단지는 LH의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원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한준 LH사장에게 "철저한 원인을 규명하고, 해당자는 그에 상응하는 인사조치를 취하길 바란다"면서 "조직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국민 앞에 감히 거짓말을 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사장이 직을 걸고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