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대비 4배까지 상승할 수 있는 일명 '따따블' 대신 증시 입성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도는 새내기주가 등장하고 있다. 전체 상장 주식 중 절반 넘는 물량이 시장에 풀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시지트로닉스는 공모가 대비 7.60% 하락한 2만3100원으로 마감했다. 시지트로닉스는 개장 직후 공모가보다 8.6% 오른 2만7150원까지 뛰었지만 이내 하락 전환했다.
시지트로닉스가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 것은 절반 넘는 주식이 시장에 풀렸기 때문이다. 시지트로닉스 상장 주식 수 450만6250주 중 253만8205주가 유통됐다. 전체 주식 수 가운데 56.3%에 달한다. 상장 전부터 시장에서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컸는데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제도가 완화된 지난 6월 26일 이후 신규 상장한 종목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등을 제외하고 12개다. 이 중 필에너지와 시큐센은 각각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37.06%, 205.00% 상승했다.
상장 첫날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마감된 종목이 더 많다. 파로스아이바이오, 버넥트, 에이엘티는 각각 공모가 대비 -37.64%, -26.88%, -9.80%를 기록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수요예측과 청약 단계에서 이미 저조한 성적을 내며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지만 버넥트와 에이엘티는 시지트로닉스와 마찬가지로 유통 가능한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버넥트는 상장 후 유통 가능한 주식 수가 전체 상장 주식 가운데 35.52%였다. 앞서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했지만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다.
에이엘티는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이 전체 중 45.7%에 달했다. 여기에 재무적 투자자(FI)인 한국산업은행이 보유한 전환사채(CB) 주식 전환청구 가능성도 있어 부담이 컸다.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 유통 가능 물량 비중은 48.51%로 높아진다.
증시 입성 첫날은 상승 마감했지만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8%나 밑돌고 있는 이노시뮬레이션도 유통 가능 물량이 전체 중 44.24%로 높다.
필에너지는 현 주가가 아직 공모가보다는 높지만 오버행 이슈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상장일인 지난달 14일 장 마감 후 FI가 대규모 CB 전환청구권(120만29주)을 행사했다고 공시하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하한가를 기록했다. 공시 후 첫 거래일에는 22% 넘게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다.
오는 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인 파두도 높은 공모가와 오버행 우려가 흥행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파두는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362.9대 1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공모주 중 올해 첫 '1조원 넘는 몸값'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일반투자자 청약 경쟁률은 79.15대 1이었다. 올해 상장한 기업 중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파두의 증권발행실적보고서상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록업) 기간별 배정 현황에 따르면 미확약 물량 비중은 67.52%나 됐다.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주식 수는 전체 중 38.92%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주가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공모주에 투자할 땐 유통 가능한 물량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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