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 기업 대상으로 생성 AI 서비스 규제안을 마련해 이달 시행한다. 규제는 앞서 알려진 초안보다 수위를 낮추고 AI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비중을 키웠다. 첨예하게 전개되는 글로벌 디지털 기술 패권 경쟁 흐름에서 자국 기업 경쟁력이 제한될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등, 중국서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화웨이 등이 생성 AI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3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중국 선양무역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생성 AI 서비스 관리 잠정 방법(生成式人工智能服务管理暂行办法)’이라는 규제를 시행한다. 이는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国家互联网信息办公室)이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교육부 △과학기술부 △공업정보화부 △공안부 △국가방송총국 등 6개 부처와 함께 발표한 것으로 지난 7월 13일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웹사이트에 게재됐다.
적용 대상이 된 생성 AI 서비스 제공자는 '인터넷 정보 서비스의 심층 합성 관리에 관한 규정'(互联网信息服务深度合成管理规定)’에 따라 이미지·동영상 등 AI로 생성된 콘텐츠에 그러한 표기를 해야 한다. 제공자는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와 사용 기록을 보호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개인의 요청을 제때 수락해 처리해야 한다. 또 정상적인 사용을 보장하기 위해 안정적, 지속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합법적인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
주무 부서는 이 규정을 위반한 서비스 제공자를 인터넷보안법, 데이터안전법, 개인정보보호법, 과학기술진보법 등 법률과 행정법규에 따라 처벌하거나 경고, 통보, 시정명령 한다. 이를 거부하거나 관련 상황이 심각하면 서비스가 중지된다. 치안 관리 처벌이 부과되거나 형사 책임을 물 수도 있다. 서비스 제공자는 불법적인 내용이나 사용자 불법 행위를 발견하면 내용 삭제, 기능 제한, 서비스 중단 등 조치하고 주무 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이 규정에 담긴 준수 의무 적용 대상에서 서비스를 대중에 제공하지 않는 산업단체, 기업, 연구기관은 제외된다. 선양무역관에 따르면 외국 생성 AI 서비스 제공자도 중국 주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 규정을 따라야 한다. 반대로 중국에서 개발된 생성 AI 서비스가 해외 사용자만 대상으로 할 때는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규정은 전반적으로 기술 개발부터 운영·관리 과정에 의무를 부과하는 성격이 크지만,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방안도 다루고 있다. 고품질 콘텐츠 생성 장려, 기술 혁신·활용과 위험 예방을 위한 기업·기관 협력 지원, 생성 AI 알고리즘부터 칩(반도체) 등 기본기술 자립 장려, 훈련 데이터 개방과 효율적 이용 등 조항이 들어 있다.
선양무역관은 “이번 임시규정(최종안)은 강력한 규제보다 생성 AI 산업 발전 지원에 더 중점을 뒀다”는 업계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지난 4월 발표된 초안보다 규제가 완화됐다고 지적했다. 초안에 있던 ‘규정 위반시 벌금(최대 10만 위안)’, ‘3개월 내 시정명령 이행’ 등 조항이 최종안에 빠졌고 초안에 없던 ‘생성 AI 응용 장려, 기술 개발과 교류 지원’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미국 오픈AI의 생성 AI 서비스인 ‘챗GPT’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각국의 AI 기술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상하이 AI 산업 규모를 4000억 위안으로 키우는 ‘14.5 규획’, 베이징 AI 산업 규모를 3000억 위안으로 키우는 ‘AI 혁신 중심지 건설 실시방안’, 선전에 1000억 위안 규모 AI 펀드 창설과 산업 지원 확대를 추진하는 방안 등을 발표했다. AI 산업 적용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중국 기업 가운데 바이두는 자체 AI 챗봇 ‘어니봇(ERNIE Bot)’을 공개했고 알리바바는 4월 초거대 언어모델 ‘통이첸원(通义千问)’을 발표했다. 이밖에 텐센트 훈위안(混元), 화웨이 판구(盘古) 등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를 필두로 주요 IT 업체의 초거대 언어모델과 생성 AI 기술 기반 서비스가 개발, 출시를 앞두고 있어 한국에 진출한 미국 빅테크 업체와 경쟁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