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이 미국 재무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과 노동시장 강세에 겁을 먹으며,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올해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미국 재무부가 장기물 국채 발행 확대를 준비하는 민감한 시기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점이 채권 시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2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0bp(1bp=0.01%포인트) 오른 4.12%로,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 역시 9개월 만에 최고치인 4.2%에 달했다.
전날까지 하락세를 보이던 국채 금리는 채권 매도세 압력에 오름세를 보였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각각 4%, 3% 하락하는 등 기술주가 하방 압력을 크게 받았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막대한 보조금 지급 등으로 막대한 지출을 이어온 미국 정부는 부채 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다. 특히 부채한도 협상을 둔 정치권 갈등이 일단락되면서 재무부는 국채 발행에 집중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날 다음주 진행 예정인 장기 국채 매각 입찰에서 당초 계획인 960억달러를 웃도는 1030억달러 규모의 장기채권을 내놓는 내용을 담은 분기 차환 계획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는 3년물 420억달러, 10년물 380억달러, 30년물 230억달러다. 또한 재무부는 앞으로 3개월 동안 매달 30억달러씩 2년물과 5년물 입찰 규모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미국의 재정 적자가 억제되지 않으면 미국 경제의 엔진인 소비자의 가용 소득이 상당히 줄어들 정도로 세금이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지난주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한선을 사실상 1%로 확대한 점도 국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콜럼비아 스레드니들의 에드 알-후세인 글로벌 금리 전략가는 이번 피치의 강등 사태와 2011년 S&P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는 완전히 다른 경제 환경에서 발생했다고 짚었다. 이번에는 국채 공급을 늘리려는 미국 정부 계획과 일본은행의 수익률곡선제어(YCC)의 수정이 겹치면서 국채 가격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11년 당시 미국의 실업률은 9%로, 현재 미국 실업률은 3.6% 수준이다. 과거에는 금리인상 리스크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미국 민간 고용정보업체인 ADP가 7월 민간 일자리가 전월 대비 32만4000개 증가했다고 발표한 점도 국채 시장에 압박을 가했다. 이는 인베스팅닷컴 등 전문가들의 예상치(18만9000개)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고용시장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고용 시장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져 국채 금리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
다만, 주식 시장 매도세가 가팔라지면 채권 구매자들이 다시 국채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이날 S&P500 지수는 1.38% 하락했는데 이는 5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알 후세인은 "미국 국채는 대안이 없는 탁월한 안전자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