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에만 9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돈을 쓸어담았다. 금리 인상기 막바지에도 가계대출 반등과 은행권 이자수익 확대, 비은행 부문의 탄탄한 실적 등 고른 성장을 바탕으로 상반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다만 선제적 위기 대응 여력이 강조된 충당금 적립 영향으로 대손비용이 많이 증가하면서 그룹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4대 금융그룹 당기순이익은 9조18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상반기(8조8473억원)와 비교해 3.8% 증가한 수준이다.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건실한 은행 수익과 함께 증시 회복세 영향으로 이자·수수료 수익 확대, 비은행 주요 계열사 실적이 받쳐주면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평가다. 당초 금리 인상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순이자마진(NIM) 하락 압력이 높았으나 대출 성장세 반등과 건전성 악화 속도 둔화에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상반기 KB금융 순이자이익은 1년 새 5.2% 증가한 5조7590억원을 기록했고 비이자이익도 2조897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5.5% 급증했다. 지난 2분기에 주식시장 거래 대금 증가와 함께 증권 수탁 수수료가 늘어난 데다 투자은행(IB) 부문의 대규모 인수 금융 주선 등에 따른 결과다. 하나금융도 이자이익(4조4072억원)이 1.7% 성장한 데 더해 비이자이익이 무려 196.5% 증가한 1조3701억원을 기록해 호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급증한 충당금 적립 이슈가 실적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신한금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고르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충당금 적립과 판매관리비(판관비) 증가 영향이 컸다. 상반기 누적 대손충당금은 1년 전보다 67.8% 증가한 1조95억원을 기록했는데 은행·카드 연체율 상승 영향으로 급증했다. 판관비도 인플레이션 영향에 상반기 누적 2조7988억원(9.0%)을 기록했다.
우리금융 역시 상반기 누적 대손충당금이 818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4.6% 급증했다. 또한 그룹 비이자이익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 6110억원 규모 비이자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7830억원) 대비 22.0% 하락한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환율 상승 영향으로 비화폐성 평가손 등이 반영돼 비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