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5일 6·25 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룩셈부르크 참전용사를 만나 "뜻깊은 해에 장시간 비행을 해서 이렇게 와 주신 것에 대해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레옹 모아옝 용사(92)와 가족들을 만나 "휠체어로 오실 줄 알았는데 보행보조기를 이용해서 이렇게 직접 걸어서 오시니까, 그리고 무릎을 빼고 전부 건강한 모습이셔서 정말 다행이고 기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철원 지역에서 전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70년 전 그 상황이 기억나시는 것이 있으신가"라고 물었다. 모아옝 용사는 "철원"이라고 답하고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조금 남아있다. 많은 것들이 생각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처음에 총상을 입고 일본으로 후송돼 치료받은 다음에 다시 또 참전하셨는데, 어떻게 용기 있게 두 번이나 참전을 결심하게 되셨나"라고 질문했다. 모아옝 용사는 "4개월 동안 왼쪽 다리에 부상이 있어서 입원했다"며 "뼈에 관통상을 입었다. 다리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머나먼 타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헌신한 모아옝 용사의 용기를 대한민국 국민들이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아옝 용사는 "다시 오고 싶었던 한국을 늦게 찾게 되었다"면서 "코로나 팬데믹이 없었다면 최근 별세한 참전용사 친구들이 살아있을 때 몇 명이 함께 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윤 대통령은 모아옝 용사와의 환담에 이어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신디 키로 뉴질랜드 총독과도 면담을 했다. 이들 정상은 올해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보훈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도운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베텔 총리의 방한을 환영하면서 룩셈부르크가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6·25전쟁에 자국 역사상 유일한 전투부대 파병을 해 준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양 정상은 교역과 투자를 확대하고 우주, 퀀텀(양자)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베텔 총리가 "올해 안에 주한 룩셈부르크대사관을 개설하고자 준비 중"이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대사관 개설을 계기로 양국 간 소통이 더욱 긴밀해지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밖에 윤 대통령은 북한의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베텔 총리는 이에 공감을 표명하고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한 베텔 총리는 "윤 대통령의 최근 우크라이나 방문이 의미가 크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원을 지속해 가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키로 뉴질랜드 총독과의 면담에서 "전통적인 우방국인 한국과 뉴질랜드가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고 평가했다. 양국의 관광·문화·인적 교류 증진을 통해 미래세대 간 교류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양국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마오리족 출신으로는 세 번째 총독인 키로 총독은 면담 말미에 "윤 대통령께서 백악관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신 것을 봤다"고 언급하면서, "한국인들의 애창곡 '연가'가 마오리족의 전통민요"라며 즉석에서 뉴질랜드어로 연가를 수행원들과 합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