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들'(감독 김재훈)은 검거 순간 서로의 몸이 바뀐 희대의 살인마 '진혁'과 형사 '재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바디체인지'라는 익숙한 소재를 스릴러와 접목 시켜 신선한 재미를 이끌어냈다.
영화 '가장 시원하게'를 시작으로 '마린보이' '파주' '모비딕' '카운트다운' '부러진 화살' '스파이' '감기' '차이나타운' '베테랑' '더 킹' '브이아이피' '안시성' '변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강릉' '컴백홈' '대무가' 등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배우 오대환은 살인마의 얼굴로 나타난 형사 '재환' 역을 맡았다. 과거 '진혁'(장동윤 분)에게 동료이자 매제인 '승현'을 잃고 분노에 휩싸이게 되는 인물이다. '재환'은 긴 추격 끝에 '진혁'을 체포하는 데 성공하지만, 기이한 사고로 몸이 뒤바뀌고 몸을 되찾기 위해 그와 원치 않은 공조를 시작한다.
드라마부터 영화, 예능 프로그램까지 종횡무진하는 베테랑이지만 '악마들'을 찍을 때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예산도 부족한데다가 촬영 일정도 빠듯하여 짧은 시간 동안 최고의 효율을 끌어내야했다.
"28회차 만에 다 찍었어요. 예산도 부족하니까. 무조건 한 번에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죠. 극 중 '재환'이 느끼는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표현한다기보다는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게 더욱 시급했어요. '재환'에게 중요한 몇몇 장면들은 아쉬움이 남죠. 감독님께 '이게 될까요?' 걱정 어린 말들을 했었는데 완성본을 보니 안심이 되더라고요. 역시 영화는 편집 예술이구나 했어요. 하하하."
베테랑 배우 오대환에게도 영화 '악마들'은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그는 몇몇 장면을 언급하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진혁'을 고문하는 장면은 진짜 악으로 찍었어요. 사실 '진혁'과 '재환' 모두에게 감정적으로 중요한 장면이라서 치열하게 찍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당시 (장)동윤이도, 저도 동시에 3~4 작품을 찍고 있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찍을 때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 힘듦과 악에 받친 모습이 그 장면과 정말 잘 어울리는 거예요. '한 번에 OK를 받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덤벼들었는데 그 감정들이 치열하게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산속을 헤매며 찍었던 장면은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손꼽힌다. 배우들은 카메라를 이고 지고 산속을 뛰어다니며 촬영에 임했다.
"진짜 힘들었어요. 생생함을 담아내고 싶어서 반나절 동안 계속 뛰어다녔어요. 촬영 막바지에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다닐 정도로요. 해는 지고 있고, 다음날 다시 촬영에 임하면 돈이 드니까….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최선을 다해야 했어요"
오대환과 장동윤은 서로의 몸이 바뀐 캐릭터를 소화했다. 1인 2역을 맡은 셈이었다. '바디체인지'라는 소재를 연기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했지만, 너무 복잡하게 가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몸이 바뀌고 서로의 말투를 입혀서 연기해야 하나 생각도 했었는데요. 연기는 편한 게 우선이잖아요. 아무리 따라 해도 서로의 특성을 완벽히 따라 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영화에 비밀이 있는데 결말부를 위해서라도 너무 완벽하게 따라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자연스럽게 가보자고 했고 몇 가지 장치를 통해서 접근해 보려고 했어요."
오대환은 완성된 영화를 보니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조금 더 과하게 연기했어도" 좋았겠다는 아쉬움이다.
"'진혁'이 깃든 '재환'을 조금 더 악랄하게 표현했어도 될 거 같아요. 삭제된 장면 중 '진혁'이 가족들을 위협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음흉하고 기분 나쁜 눈빛을 보낸다거나 끈적하게 어루만진다거나 하는 장면이요. '진혁'이 창밖에서 이를 지켜보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더욱 잘 살았을 텐데. 이 장면들이 너무 불편하다고 생각되어 삭제되었더라고요. 다소 불편하더라도 영화적 장치로는 필요했고 또 결말까지 보더라면 (실제 관계상) 문제가 없는 요소기도 해서 걷어내지 않았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데뷔 후 다수의 작품에서 활약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던 오대환은 내년에도 여러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현재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랑크톤' 촬영을 진행 중이며 영화 '더 와일드' '미스매치' '소방관' '베테랑2'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 개봉할 영화들이 5편 정도 돼요. 모두 애정을 가지고 찍은 작품들이라서 기대가 큽니다. 특히 '소방관'은 찍으면서 정말 많이 울었던 작품이에요. 이런 작품이 나와서 사회적으로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바라요. 내년에도 좋은 작품으로 관객분들을 뵙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