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중금리 대출 취급을 줄이자, 그 수요가 고스란히 여전사(여신전문금융사) 쪽으로 쏠렸다. 저축은행들은 “1분기부터 가시화한 실적 감소 폭을 최소화하려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토로한다. 당분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질 것이 자명해 저신용자들의 자금난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카드·캐피탈 업계의 합산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2조1891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8752억원)과 올 1분기(1조6386억원)보다 각각 150%, 34%씩 증가한 수치다.
카드·캐피탈사의 중금리 신용대출은 작년 2분기 3조6549억원까지 늘었다가, 4분기에는 8752억원으로 급감했던 바 있다.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조달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금리가 크게 오른 영향이 컸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합산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작년 4분기 이후 줄곧 1조원 대에 머물고 있다. 2분기 대출액(1조6752억원)은 1분기(1조6685억원)보단 소폭 늘었으나, 작년 2분기(3조3733억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정도 수준에 그쳤다.
저축은행들이 이처럼 보수적인 중금리 대출 취급에 나선 이유는 ‘위험성 관리’다. 민간 중금리 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50% 차주가 대상인 만큼, 연체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조달금리 인상 등 다양한 악재에 노출된 상황에, 이를 확대하면 감당해야 할 부정 요인이 하나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굳이 위험성을 감수해야 하는 민간 중금리 대출보단, 차라리 정부가 보증하는 정책 중금리 상품 취급을 확대하는 쪽으로 서민 금융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민간 중금리 대출 목표를 달성하면,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준다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이를 받아들일 여유조차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올 상반기 내내 어려운 경영 환경이 이어지면서, 중금리 대출을 포함한 전체 여신(대출) 취급량을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간 중금리 대출의 경우, 건당 취급액도 상대적으로 큰 만큼 당분간 공격적으로 늘리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