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노화에도 목적이 있는가?

2023-07-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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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노화의 원인을 밝히고 설명하려는 노력은 인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명에 플러스(+)적 변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 반대인 마이너스(-)적 변화가 초래되고 있다는 점에서 노화현상은 생물학적 패러독스(paradox)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노화를 설명하는 이론은 가히 백화난만이다. 조레스 메드베데프가 1990년대에 정리한 바에 의하면 이미 300여 가지가 넘는 가설들이 제기되어 있었다. 이후에도 수많은 노화 가설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도 학계가 공인하는 노화 학설은 없다. 왜 늙는가를 설명하기 위한 가설 중에서 노화의 생물학적 목적에 중점을 둔 흥미로운 이론들이 있다.

목적적 노화 이론으로 종의 이익설(good of the species theory), 생명활동속도설(rate of living theory) 그리고 노화의 진화설(evolutionary aging theory)이 대표적이다. 종의 이익 이론은 생명현상이 보편적으로 무언가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간다는 가정하에 노화가 비록 개체에게는 아니더라도 종 전체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으리라는 가설이다. 노화와 죽음을 통해서 새로운 유전자조합에 의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 이론은 노화와 죽음을 혼동하고 있고 개체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반드시 종에 이익이 되지 않으며 대립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개체의 무한 증식이 집단인 종의 자원 확보에 한계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는 정상세포와 암세포와의 관계이다. 암세포의 무한 증식이나 불로장생이 개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이론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생명활동속도이론은 에너지 소비 속도(대사 속도)와 그에 따른 생화학작용의 속도가 노화를 일으키고 조절한다는 이론으로 생명은 본질적인 측면에서 생화학적 결함이 있어 자기제한적이며 파멸적 운명을 가지고 있다는 개념이다. 막스 루브너가 동물의 에너지 사용 패턴을 알면 성장과 노화 속도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하였다. 동물을 대상으로 측정하여 체중과 수명 간의 상관관계를 보았다. 450g의 기니피그와 450㎏의 말 간에는 체중이 1000배 차이가 나나, 조직의 그램당 에너지 소비는 거의 유사하였다. 그래서 대사 속도를 제한하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가정하였다. 조지 사커는 포유류의 체중, 대사 속도, 수명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여 이들 상호간의 연관관계를 구명하여 체중 증가와 함께 수명이 증가하는 요인은 대사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반면 클라이브 맥케이는 노화 속도가 대사 속도보다 성장 속도에 기인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적게 먹여 성장을 지연하게 하면 수명이 연장된다는 지견을 발표하였다.

그의 소식가설은 이후 체중, 식사량, 수명, 대사 속도가 연계되어 노화를 설명하는 주류 학설로 발전하게 되었다. 더욱 덴함 하먼 박사는 대사가 증가하면 부작용으로 유해산소가 많이 발생하여 생체 조직이 손상되어 노화가 초래된다는 제안을 하여 생체활동속도이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이 이론에 대한 반증들이 쏟아져 나왔다. 간단한 예로 유대류(有袋類)의 대사 속도는 같은 크기 포유류의 70~80%에 불과하지만 수명은 짧으며, 동일한 체중을 가진 포유류인 쥐와 박쥐의 수명 차이가 10배 이상 나며, 조류는 대사 속도가 포유류의 두 배 이상이 되지만 수명은 같은 체중의 포유류에 비하여 보통 세 배 이상 된다고 보고 되어 생명활동속도이론은 가설에서 학설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다. 

진화에 의한 노화이론의 시작은 오거스트 와이즈만이 시작하였으나 존 버든 샌더스 할데인이 체계화하였다. 불완전한 유전자의 영향력이 헌팅턴병 유전자처럼 중년이 되어서야 드러난다면 일생 동안 생식에 적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유전자를 제거하는 자연선택의 효력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러한 개념을 노화에 적용한 피터 메다워는 늦게 작용하는 유전자가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두 가지 가능성으로 설명하였다. 하나는 생애 후반에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은 자연선택의 영향을 적게 받으므로 유해한 유전자일지라도 자연선택에 의하여 제거되지 않을 것이며, 생애 후반에 신체의 다양한 부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자연선택 영향이 강한 생애 초반에는 유익한 영향을 미치나  자연선택이 약한 노년에는 해로운 영향을 미치더라도 이를 자연선택이 제거하지 못할 것을 제안하면서 노화의 진화설을 부각시켰다. 조지 윌리엄스는 한 단계 발전시켜 유전자의 길항적 다면성(antagonistic pleiotrpy)을 발표하면서 노화 이론을 새롭게 하였다. 어떤 유전자가 생애 초기 생체에 유익한 작용을 하나 노년에는 유해한 작용을 하는 등 동일한 유전자라도 생애주기에 따라 생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더욱 마이클 로즈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세대를 거듭하면서 늦게 생산된 알에서 다음 세대가 태어나도록 12세대 이상을 지속하자 보통초파리에 비하여 수명이 10% 이상 길어진 개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들은 노화의 진화이론을 강하게 부각해주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이론들에도 불구하고 노화의 특성을 설명하기에는 아직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근자에는 적응과 선택이라는 진화적 개념에 종에 따른 개체의 내재된 구조적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노화가 발생한다는 다네이드설(Danaid theory)과 같은 변형된 이론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후생학적 변화가 규명되면서 유전체 자체의 진화만이 아닌 유전체의 측면적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주목을 받게 되어 노화이론의 새로운 활로가 모색되고 있다. 모든 생명현상은 무의미한 것이 없으며 일정한 합목적적 이유가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노화현상도 반드시 어떤 목적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그에 합당한 적절한 이론이 아직 정립되자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늙는다는 것이 어떤 목적이 있는지 아닌지 아직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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