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소비·투자 부진을 문제로 짚었는데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게 직격탄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7개월 만에 2.3%→1.3%…아태 지역 최하위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2.3%에서 올해 1.5%로 대폭 낮춘 뒤 이번에 0.2%포인트 추가 하향 조정했다. ADB는 아태 지역 49개국 중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제외한 46개국의 성장률을 분석한다.
ADB의 전망치는 이달 초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세운 성장률 목표치 1.4%보다도 0.1%포인트 낮다.
올해 아태 지역 성장률 전망치는 4.8%로 우리 성장률의 3배 이상이다. 1.3% 성장률은 홍콩(4.7%), 중국(5.0%), 대만(1.5%), 싱가포르(1.5%) 등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해 최하위다.
ADB 통계에서 빠진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일본 성장률을 1.3%로 전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성장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 뒤질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밖에 OECD는 호주와 뉴질랜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8%로 제시했다.
ADB를 시작으로 OECD와 IMF 등도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럽다.
수출·소비·물가 죄다 '먹구름'…中 리스크 어쩌나
ADB는 한국 성장률을 내려 잡은 이유로 수출 감소와 민간 소비·투자 부진 등을 꼽았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황 부진이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다, 외부 활동 증가에도 고금리·고물가가 민간 소비 확대에 악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발 무역수지 악화 여파가 크다. 중국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하면서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고 밝혔다. 1분기(4.5%)보다는 높았지만 시장 전망치(7.1%)에는 못 미친 결과다.
대내외 수요 부진이 뼈아프다. 중국 수출은 5월(-7.5%)에 이어 6월(-12.4%)까지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소비·투자 동력도 약화하는 가운데 6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21.3% 수준으로 치솟았다.
하반기 중국 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 반등을 기대했던 우리 정부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대중 수출이 이렇게 어려워질 줄 몰랐다"며 "한·중 간 수출 경합도가 높아지는 등 산업 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11억 달러(약 1조3920억원) 무역흑자를 내며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같은 기간 대중 수출은 19% 감소했다. 2022년 6월 이후 1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이달 들어서도 1~10일 기준 대중 수출액(27억4200만 달러)은 전년 동월보다 20.6% 감소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예상만큼 크지 않다 보니 대중 수출도 회복되지 못하는 양상"이라며 "글로벌 분업 체제가 약화하는 상황이라 (중국 외의) 수출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