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작년 상반기에 가장 높은 임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뉴욕과 동률을 이루었다. 아무리 싱가포르인들이 임금 중 상당 부분을 임대료로 지출하는 데 익숙하다고는 하지만 세입자들은 불과 몇 년 만에 20~30% 넘는 임대료 인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임대료 상승은 팬데믹으로 인한 건설 지연으로 주택 부족, 중국·홍콩 등 외국인 유입 증가,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증가 등이 원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8년 1월 이후 올봄까지 싱가포르 평균 임대료 상승률은 65%로 세계 주요 도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런던 24%, 뉴욕 21%, 시드니 18%, 두바이 17% 등으로 나타났다. 홍콩은 –6%로 역신장했다. 작년 4분기에 싱가포르는 전 분기 23%에서 28%로 올라 뉴욕을 임대료 증가율 1위 자리에서 밀어냈다. 싱가포르 일부 중심 지역 평당 임대료는 처음으로 홍콩을 추월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경제 펀더멘털보다 앞서 나갈 것을 우려해 적극적인 시장 냉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작년 4월 주택 추가 구매자에게 부여하는 인지세를 30%에서 60%로 두 배 인상한 게 대표적이다. 2021년 12월과 2022년 9월에 이어 세 번째 조치다. 지난 2년간 치솟던 임대료가 정점을 찍고 이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싱가포르 세입자들은 "오르는 것은 반드시 내려온다"는 말을 거의 믿지 않는다.
수년간 치솟는 집값에 치인 세입자들은 정부 조치가 효력을 발휘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임대료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임대료가 소폭 하락하겠지만 2년 전 수준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빌스에 따르면 올해 임대료는 5~10%, 일부 부유한 외국인 개인이 임대하는 럭셔리 부문은 10% 정도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블룸버그도 5% 미만 상승률 둔화를 예상한다. 현지인에게 싱가포르는 중국 부유층을 위한 허브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중국 자본이 들어와서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려 부동산 보유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있다고 불만이 많다.
한 달에 3000싱가포르달러(미화 2200달러)에 임대하는 아파트는 이제 도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오차드는 고급 아파트, 쇼핑몰, 특히 최고의 학군으로 유명한 중심지다. 2021년 초만 하더라도 싱가포르 개인 아파트 월세 중간값인 3000싱가포르달러로 이곳에서 집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이곳 아파트 평균 임대 가격은 40% 이상 올랐다.
3000싱가포르달러짜리 아파트 공급 감소는 이미 싱가포르 전체로 퍼졌다. 2021년 첫 4개월 동안 신규 임대 계약 중 54%는 3000~3580싱가포르달러였다. 올해 같은 기간에는 12%로 줄었다. 그나마 이 가격대 옵션은 침실 1개인 아파트다. 가족을 위해 더 큰 아파트를 구하기는 훨씬 힘들어졌다. 아파트 평균 임대료는 이제 4400~5200싱가포르달러로 올랐다. 돈이 부족한 세입자는 외곽 지역에서 집을 찾고 있다.
싱가포르 인구 중 약 80%가 공공 주택에 거주하며 주민 10명 중 거의 9명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임대 수요는 외국인과 일부 현지인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새집을 기다리는 동안 임대주택이 필요하다. 경제가 잘나가는 전 세계 도시에서 적정한 가격의 임대주택을 구하는 일은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고밀 개발을 통해 주택을 공급한다. 한국은 서울 같은 곳에서도 적정한 가격의 임대주택은 여전히 부족한데 아직 저밀도 1~3종 주거지역이 많다. 싱가포르 사례를 고민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