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中부동산재벌 헝다...2년간 102조 손실

2023-07-1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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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후 미뤘던 실적보고서 2년치 발표

상장 후 첫 적자이자 홍콩 상장사 역대 최대 '적자왕'

지지부진했던 구조조정 마련 속도 낼듯

1년여 중단됐던 주식 거래 재개 기대감도

홍콩 소재 헝다그룹 빌딩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소재 헝다그룹 빌딩.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恒大)가 지난 2년에 걸쳐 102조원 넘는 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액은 430조원에 육박했다. 한때 중국 부동산 3대 재벌이었던 헝다는 천문학적 부채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결국 2021년 말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고 구조조정 활로를 모색해왔다. 

헝다는 17일 저녁 홍콩거래소를 통해 2021~2022년 2년치 실적보고서를 한꺼번에 발표해 각각 4760억3500만 위안, 1059억1400만 위안씩, 모두 5819억4900만 위안(약 102조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고 홍콩 명보 등 현지 언론은 18일 보도했다. 

이는 헝다가 2009년 홍콩증시 상장 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역대 홍콩 상장기업 중 최대 적자액이다.

그간 부동산 개발업체 대출 규제, 주민 주택 구매 제한 등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과 코로나19 충격 속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헝다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는지 이번 실적 발표로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헝다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헝다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반토막난 2500억 위안에 달했으며, 지난해에는 이보다 더 떨어진 2300억 위안에 그쳤다. 

2021년 말 기준 총 부채액은 전년보다 7321억 위안 불어난 2조5801억 위안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2조4400억 위안(약 430조원)으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폴트 선언 후 미뤄졌던 헝다의 2년치 실적보고서 발표로 재무 현황이 공개되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구조조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400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은 헝다그룹 구조조정은 중국 최대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헝다는 지난해 7월, 12월 두 차례에 걸쳐 채무 구조조정 계획 발표를 연기되는 등 구조조정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결국 청산 처리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불안감을 키운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간의 규제를 풀고 부동산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는 가운데 헝다 부채 위기도 연착륙할 수 있을지 시장은 예의주시해왔다. 

실제 헝다는 이미 이달 24, 25일 이틀에 걸쳐 자사 계열사 법인이 소재한 산하 케이맨제도, 홍콩, 동카리브해 지역 등에서 해외 채권단과 부채구조조정안 회의도 소집했다고 밝혔다. 헝다는 지난 4월 자사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 계획안을 내놓았고, 해외 채권자 중 일부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구조조정안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실적보고서 발표로 헝다 주식 거래 재개와 부채 구조조정 계획 승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헝다가 디폴트를 선언한 이후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헝다그룹 주식은 2022년 3월부터 1년 반 가까이 거래가 중단됐다. 

다만 최근 중국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경기 둔화 속 주택 구매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다. 6월 주요 70개 도시 신규주택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06% 하락하며 올 들어 처음 마이너스 증가세를 기록했다.

한편, 이번 헝다그룹의 실적보고서 회계감사는 소규모 회계법인인 프리즘으로부터 받았다. 프리즘은 이번 헝다의 실적보고서와 관련한 회계감사에서 충분하고 적정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며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2009년 헝다그룹 상장 때부터 회계감사를 맡았던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올 초 헝다 측과의 의견 불일치로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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