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국내 금융권에 고객, 인공지능(AI), ESG(환경·사회·투명 경영)를 3대 키워드로 하는 ‘확장의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금융권 비이자수익 강화를 독려하면서 비금융 자회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다른 업종과의 융합을 통해 업역을 확장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그룹과 핵심 계열사들은 최근 각각 하반기 정기인사를 마무리하면서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 각사 경영진은 다른 업종과의 연결·조화 등을 핵심 키워드로 언급하면서 궁극적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어 선택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14일 열린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AI와의 조화를 강조했다. 윤 회장은 “인공지능(AI), 모바일 등이 주류가 되는 세상에서도 KB는 전통적인 역량·자산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사람과 AI가 조화롭게 일하는 ‘바이오닉 컴퍼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사람만이 보유한 가치를 지켜나가자”고 강조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최근 주요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자회사 직접 수행 방식으로 전환한 점을 언급하면서 이를 활용한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임 회장은 같은날 서울 중구 본점에서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을 열고 “IT 거버넌스 혁신 작업에 전 그룹이 공감대를 갖고 협력해 달라”며 “하반기에도 기업금융 명가 부활과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기반으로 하반기 재무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 회장은 아울러 여신심사·관리 방안도 철저히 마련할 것과 기업문화혁신에 지속적인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한금융그룹도 최근 신한은행·신한카드 등 계열사별로 각각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ESG, 고객, 지속가능경영 등 하반기 경영 방향성을 구성원과 공유했다. 신한은행은 각 섹션을 ESG 글자를 토대로 주제를 만들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특히 연결과 확장을 통한 고객·사회와의 상생을 강조했다. 그는 “외부 변화에 대해서는 타업종과의 연결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내부적으로는 리테일, 자산관리(WM), 기업 등 사업그룹의 고유한 역량을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전문적이고, 사회와 상생하는 선한 은행을 만들어 고객과의 신뢰를 다져나간다는 복안이다.
신한카드도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미래변화 대응’을 주제로 10년 뒤 인구구조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인 관점에서 살폈다.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경영관리·내부통제 등 회사 전반에 걸친 조직구조 개선을 꼽았다.
금융권이 이처럼 AI를 비롯한 타업종과의 관계성에 대한 고민에 돌입한 이유는 최근 금융당국이 비금융 자회사 규제 완화를 논의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사 수익구조에서 이자이익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보유할 수 있는 비금융 자회사 지분 한도를 상향 조정하고 그 업종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사로서는 KB국민은행 ‘리브엠’, 신한은행 ‘땡겨요’ 등 사례처럼 금융권 밖으로 업역을 확장할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챗GPT가 화제가 되고 상생금융이 화두에 오르면서 생성형 AI, ESG 등이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았다”며 “결국 그 변화의 궁극적인 지향점에 있는 것은 고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