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기질 환경은 현재 80점 수준으로 아직 만족할 수준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서울 대기질을 확실하게 개선해 '맑고 깨끗한 서울'을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3일 시장 집무실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할 때 초미세먼지 농도가 80점 수준인데 환경정책을 강화하고 주변 국가와 협력 체제를 구축해 나머지 20점도 반드시 채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공해 차량 운행 제한과 내연기관차 퇴출 등 서울의 환경법을 한층 더 강화함으로써 현재보다 대기질 오염물질 절반으로 감축해 세계 10위권에 진입하겠다"고 서울 대기질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오 시장은 1990년대 변호사 시절 아파트 '일조권'을 놓고 거대 기업과 맞서 승소하면서 '환경변호사'라는 애칭을 얻었다. 국내 최초의 환경법 관련 소송이었다.
오 시장은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내 최초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제정해 서울 대기질 개선을 위한 기틀을 다졌다. 이후 민선 4기 서울시장에 당선돼 '맑은 서울 2010 특별대책'을 추진했다.
그는 당시 국내에서는 환경법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편이어서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시행 첫해 두드러진 환경 개선 수치가 나오지 않자 의원들의 반발이 무척 심했다. 1년만 더 해보자고 의원들을 설득한 끝에 승인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한 지 1년 후 눈에 띄는 환경 개선 지표가 나왔다. 의원들도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환경법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시행하게 된 것이 국내 최초의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다. 오 시장은 당시 와이셔츠를 하루만 입어도 옷깃과 소매가 검게 변했지만 대기질이 대폭 개선된 현재 서울에서는 이틀간 와이셔츠를 입어도 깨끗한 것을 볼 때 가슴이 뿌듯하다고 했다.
오 시장은 “그때 만든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시장이 돼서 돌아오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시장 4년 차쯤 됐을 때 CNG(압축천연가스) 버스 폭발사고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 사업을 중단해야 하나 등 고민 끝에 서울 대기질 개선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고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민선 8기 서울 수장으로 다시 입성한 오 시장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환경정책인 '더 맑은 서울 2030'을 바탕으로 CNG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 공해차 운행 제한, 내연기관차 퇴출 등 한층 더 강화된 대기질 개선에 나서게 됐다”면서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경유차 마을버스와 택배차 등을 전기차로 교체해 서울 대기질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오 시장은 국회의원 초선 시절(2000~2004년) 정치권을 정화하는 법안인 ‘정치자금법’을 제정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른바 ‘오세훈법’이라고 불렸다. 이후 오 시장은 2003년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도 만들었다.
오 시장은 "지난해 서울시장으로 다시 입성할 때 '(시민들이)10년 전에 오세훈 시장이 서울 공기질을 확 바꿔놨다'고 말할 때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인이 잘했는지 시민들은 모르는 것 같지만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장으로 컴백할 때 무리 없이 들어온 것”이라며 정치인의 자세를 거듭 다졌다.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에는 매연을 내뿜는 서울 시내버스 9000대를 친환경차로 교체하면 중앙정부가 지원해 주는 내용을 담았다. 이때만 해도 일반인 대부분은 친환경차가 뭔지도 모를 때다. 당시 이미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오 시장의 선견지명과 혜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특별법은 2005년 발효됐다.
오 시장은 2006년 7월 서울시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이 특별법을 갖고 서울 대기질 개선에 나섰다. 올해로 이 특별법은 제정 20주년, 시행 18주년을 맞고 있다. 다음은 오 시장과의 일문일답.
◆ 경유 시내버스 9000대 천연가스버스로 바꿔
-오 시장께서 국회 초선의원 시절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최초로 발의해 제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법의 제정 동기와 배경은.
"환경은 제가 살아오면서 그 중요성을 직접 깨닫게 된 시대의 키워드다. (환경은) 정치 입문의 계기가 됐을 정도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제가 변호사로서 처음 맡게 된 큰 사건이 바로 ‘일조권’ 소송이었다. 하지만 ‘일조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당시 소송을 준비하면서 환경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눈 뜨게 됐다. 동시에 환경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부실하다는 현실도 알게 됐다. 이 현실은 ‘내가 국회의원이 돼서 내 손으로 직접 바꿔보자’는 생각을 하게 했다. 당시 서울과 수도권의 대기 오염은 심각한 상태였다. 그래서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게 됐다. 2007년부터 서울에서 운행 중이던 시내버스 약 9000대 모두 경유차에서 CNG 천연가스버스로 교체해 100% 탈(脫) 디젤화를 이뤘다. 매연저감장치 부착과 조기폐차 등 노후 경유차의 저공해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2003년 특별법 제정 당시 여야 의원들의 반응과 사회적 분위기는 어떠했나.
"많은 반대가 있었다. 아무래도 수도권에 많은 공장, 공단들이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사업장에 오염총량관리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오염이 심한 곳을 대기관리권역으로 지정하게 된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분명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지역구 의원 입장에서는 많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수도권의 대기 오염은 심각한 상태였고 이 사실 자체를 많은 국민이 염려했다. 그래서 굳은 의지와 열정으로 법안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주변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며 끝까지 법안 통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당시 국민들의 환경법에 대한 인식은 있었나.
"지금이야 환경권과 환경법이 보편적 권리로 자리매김했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인식 자체가 부족했던 시절이다. 일례로, 앞서 말한 일조권 소송에서 거대 로펌들마저 일조권이 생소한 이유로 소송 의뢰를 줄줄이 거절했기 때문에 이제 막 변호사 사무실을 연 신입이었던 저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그 소송에서의 승소가 일조권이 헌법상 환경권으로 인정되는 국내 첫 판례를 이끌어 냈다. 그만큼 환경법이나 환경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국내에는 일조권 사례 자체가 없었다. 그러니 판례가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래서 일본어를 번역해 외국 판례들을 뒤져 대기업을 상대로 13억원의 배상금을 받아내는 쾌거를 이뤘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환경 전문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주어졌다. 환경을 보호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은 충분히 있던 상황이며, 그러한 인식들이 법률로서 수도권의 대기환경 개선을 추구하는 특별법 제정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환경문제가 큰 이슈로 작용하고 있다. 왜 특별법 최초 발의자로 ‘오세훈 환경법’이라고 홍보하지 않나.
"제가 서울시장이 아닌 국회의원이라면 그럴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 법을 만들었다고 단순히 자랑하는 것보다는 그 법을 활용해 환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이끌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환경 개선을 실질적으로 이뤄낼 수 있도록 정책으로 실천하는 것이 바로 서울시장으로서 해야 할 ‘클린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탄소중립이 시대의 화두가 된 상황에서 환경에 대한 제 소신은 '환경변호사'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확고하다. 이 특별법을 최초 발의한 것에 그친 게 아니라, 발효 후에도 서울시장으로서 대기질 정책(2007년의 '맑은서울 2010 특별대책')을 바로 시행했다. 환경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갖고 개선의지를 정책에 반영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2006년 7월 민선 4기 첫 번째 서울시 조직 개편에서 핵심공약인 대기질 개선을 위해 '맑은서울추진본부'를 신설했다. 여기서 대기질 개선과 관리, 자동차공해와 교통수요 관리 등 서울 대기질 개선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 미세먼지 저감 정책도 담당했다. 차가 없는 새벽시간 물청소 차량과 분진흡입청소차를 운용해 클린로드를 조성했고 승용차요일제와 공사현장 방진막 설치, 대형사업장 배출총량관리와 소형사업장까지도 지도점검했다. 지하철과 지하도상가 공기청정기와 공기질 자동측정 시스템을 구축시켜 공기질을 개선시킨 것도 이때부터다. 2010년에는 '그린카 스마트 서울선언' 발표로 전기차 시대를 열었다.”
-특별법 제정에 대해 자부심은 없는가.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것은 개인적으로도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고 큰 성과라고 할 만하다. 환경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데 좋은 영향을 미쳤고, 실질적으로 수도권의 대기환경을 개선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환경부와 도쿄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006년 30㎍/㎥ △ 2010년 25㎍/㎥ △2022년 18㎍/㎥이고, 도쿄는 △2011년 15.7㎍/㎥ △2015년 13.8㎍/㎥ △2021년 8.5㎍/㎥를 나타냈다. 또 제주도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22㎍/㎥ △2018년 19㎍/㎥ △2022년 14㎍/㎥이다."
-특별법이 시행된 지 18년이 됐다. 서울의 대기질 개선에 만족하고 있나.
"2006년 취임 당시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금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30㎍/㎥)으로 시민 건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했지만, 당시만 해도 대기질 개선 사업은 도시 정책의 영역 밖에 있었고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쟁이 다분한 시기였다. 앞서 말한 대로 제가 발의한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2006년 대기질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해 7월 취임 당시 서울시민에게 “잃어버린 수명 3년을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했고 본격적인 대기질 개선 사업을 취임 즉시 착수했다. 2006~2010년 생활권 녹지 확충 사업을 추진한 것도 대기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 보라매공원을 재정비하고 노을공원 개장, 북서울꿈의 숲 조성, 수성동계곡 복원, 서서울호수공원, 서울창포원, 중랑캠핑숲 등 녹지공원을 꾸준히 만들어 2010년 계획 대비 121%의 성과를 냈다. 또 중앙버스전용차로 확대, 자전거 인프라 확충 등 친환경 교통대책은 교통환경과 대기질 개선에서 동시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당시 '맑은서울 2010'에서 지금의 '더 맑은 서울 2030'으로 이어지는 정책적 노력과 투자가 서울의 대기질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자부한다. 지난해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8㎍/㎥로, 2020년부터 3년 연속 최저 농도를 경신했을 뿐 아니라 관측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 ‘좋음’ 일수(일 평균 농도 15㎍/㎥ 이하)는 182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으며, ‘나쁨’ 일수(일 평균 농도 35㎍/㎥ 초과)는 역대 가장 적은 31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앞으로 대기오염물질 절반을 감축해 대기질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하는 ‘더 맑은 매력특별시’로 만들겠다."
-서울의 대기질 개선 정도를 세계 선진 도시와 비교한다면 몇 점이나 받을 수 있나.
"지난해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8㎍/㎥이다. 과거와 비교해 많이 개선됐지만, 런던(10㎍/㎥), 파리(14㎍/㎥) 등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했을 때는 아직 높은 수준이다. 다각적 노력으로 이뤄낸 현재까지의 대기질 개선 성과를 굳이 점수를 주자면 80점을 주고 싶다. 10점은 보다 강화된 정책적 노력으로, 나머지 10점은 주변 국가와의 협력 체계 구축으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 5월 서울의 대기질 개선 성과에 대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가 2005년 대비 2020년에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75%까지 감축하는 등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더 맑은 서울 2030’을 바탕으로 전기차 전환, 공해차 운행제한과 내연기관차 퇴출 등 한층 더 강화된 대기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마을버스와 택배차 등 남아있는 경유차를 빠른 시일 내에 전기차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2026년까지 전기차와 전기이륜차 40만대를 보급하고 생활권 5분 내 전기 충전망을 구축해 전기차 10% 시대를 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