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 대(對) 중국 수출 늘려야 경제가 살아난다

2023-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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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교수
[김용하 교수]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6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6.0% 감소한 542억4000만 달러였으나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11.7% 감소한 531억1000만 달러를 기록해 무역수지는 11억3000만 달러 흑자였다.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것은 다행이지만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한 것이어서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가 아닌지 우려된다.
 
불황형일 가능성은 수출액이 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과 수입액 감소는 국제 원유 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수출 부진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가 전년 동기 대비 28.0% 줄어든 89억 달러에 머물고 있고, 지역별로는 미국 EU 등 지역에 대한 수출은 회복되었으나 대중국 수출이 19.0% 감소했고 아세안에 대한 수출도 16.6% 줄어들었다. 수입액 감소는 석탄 45.5%, 원유 28.6% 감소에 기인한다. 결국 반도체 시장이 회복되고 중국에 대한 수출이 다시 늘어나는 것이 근본적으로 무역수지를 개선할 수 있는 관건임을 보여준다.
 
최근 KDI 경제 동향은 우리나라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판단한 근거다. 반도체 수출 감소 폭은 4월 41.0%에서 5월 36.2%, 6월 28.0%로 줄어들었다.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4월에 1.3% 감소했지만 5월에는 8.1% 증가하여 이제 반도체 가격만 반등하면 수출 회복이 가능하다.
 
지난 5월 산업 동향을 보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4월 70.9%에서 5월 72.9%로 소폭 상승했고 재고율도 같은 기간 130.1%에서 123.3%로 하락했다. 아직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0.9% 감소했으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월 99.8에서 5월 99.9로 미소하지만 높아졌다.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6% 감소하였으나 내구재 소매판매는 1.9% 증가하고, 6월 소비심리지수도 100.7로 100을 넘겼으나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4.3% 감소하였고 건설경기도 냉랭하여 아직 본격적으로 회복된 것은 아님을 나타내고 있다.
 
다행히 고용 동향은 양호하고 물가가 안정 기조를 보이고 있다. 5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만1000명 늘어났고 실업률은 2.7%로 전년 동월 대비 0.3%포인트 떨어졌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로 전년 동월 대비 2.7% 높아져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진입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은 1.4%로 낮게 전망되고 있다. 하반기에 경제성장률이 V자형으로 높아지지 않으면 1.4% 성장도 장담하기 어렵다. KDI 분석대로 반도체 가격이 반등한다 해도 대중국 수출이 회복되어야 한다.
 
중국은 리오프닝 이후 성장률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당초 예상치에는 못 미치고 있다. 금년 1분기 중국은 경제성장률 4.5%를 기록했으나 수출입, 생산, 소비, 투자 등 대부분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하고 있다. 지난 5월까지 중국의 공업이익은 전년 대비 18.8% 감소했다. 중국 경제가 부진한 1차적 원인은 내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회복의 발목을 잡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다. 게다가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 수준인 20.8%를 보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 진작책으로 기준금리를 내렸다. 금리 인하 효과는 알 수 없으나 그만큼 중국 경제가 힘들다는 것을 방증한다. 해외 유수 투자은행은 중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5.5∼6.3%에서 5.1∼5.7%로 낮추었다. 중국 경제의 회복 지연은 대중국 수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중국의 내수시장 비중은 65%에 달하지만 궁극적으로 수출이 회복되어야 경제가 정상화될 수 있는데 미국과 중국의 경제 마찰이 장기화하고 있어 문제다. 최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중국을 방문하여 디커플링은 없다고 선언한 것은 희망적이다.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이라는 표현 변화가 미·중 관계의 본원적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도 대중국 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주요 수입국 순위에서 한국은 한때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지만 현재 4위로 하락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다변화가 필요하지만 이와 같은 급격한 대중국 수출 감소는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과 함께 소비재 수출도 회복되어야 한다. 소비재 수출은 중국 정부의 혐한령이 폐기되지 않으면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 대중국 외교관계 복원이 중요하다. 최근 일련의 사태와 같은 소모적인 한·중 간 외교 갈등은 국익 측면에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대중국 관계 악화는 부산 EXPO 유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제3세계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의 지지 없이는 부산 EXPO 유치도 확신하기 어렵다.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한다는 것과 한·중 관계 악화는 병행될 필요가 없다. 한·중 정상회담을 가능한 한 조기에 성사시켜 그동안 쌓여왔던 불신의 장벽을 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되어야 경제성장률도 2%대를 넘어설 수 있다. 현재와 같은 구조하에서는 2023년뿐만 아니라 2024년에도 경제성장률 2%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수출 회복의 마지막 퍼즐인 대중국 수출을 높이기 위하여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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