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수년간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을 통해 부동산 대출규제를 강화했지만, 주택자산은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열 우려가 있는 규제지역일수록 자산 상승폭이 높았다. 반면, 부채 측면에서는 자산상위가구를 중심으로 부채 축소 움직임이 확인돼 가계대출 억제에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10일 '거시건전성 정책이 우리나라 가구 부채 및 자산 불평등에 미친 영향'을 담은 BOK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사 결과 가구 자산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자산' 규모는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추세는 개별 가구의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이뤄졌다. 특히 시장 과열이 우려되는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타 지역 대비 더 높은 규제강도에도 주택자산 증가율이 9.3%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김민수 한은 금융안정연구팀 차장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 등이 반영되면서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조정대상지역의 부동산가격 상승세가 억제되지 못한 것"이라며 "대출규제가 부동산 가격 모멘텀을 꺾을 만큼 강력하지는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채 측면에서의 대출규제 강화는 자산을 많이 보유한 가구의 부채 축소에 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유동성을 지닌 금융자산이 일종의 준비금 역할을 해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한 가구일수록 굳이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융통할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은 시각이다. 특히 타 지역에 비해 더 강한 대출 규제를 적용받는 '조정대상구역'의 경우 규제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5.7% 이상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차장은 "자산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1~3분위 가구에서는 강화된 규제가 의도한 부채 감소 효과를 갖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큰 자산을 보유한 4~5분위에서는 평균처리결과가 5% 수준에서 유의했다"며 "조정대상지역에 적용된 더 강한 규제는 자산상위가구의 부채 규모를 최대 10.9%에서 13.6%까지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대출규제가 부채 증가를 억제해 부채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은은 이번 결과에 대해 대출규제 강화가 자산하위가구의 대출 접근성을 제약해 부채 및 자산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지난 2017년 이후 규제 강화 사례에서는 실증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국내 LTV‧DTI 규제가 의도하지 않게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기보다는 거시건전성 제고라는 본 취지에 맞게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