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취업자 통계에서 가장 놀라운 대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60세 이상 취업 증가가 전체 취업 증가를 크게 웃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남성 취업자가 무서운 속도로 쪼그라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취업자는 전년 대비 약 35만1000명 늘어났는데 60세 이상 취업자는 37만9000명 늘어나 전체 취업자 증가 중 108%를 차지했다.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폭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전체 취업자 증가 중 50%를 넘지 않았지만 하반기부터 급격히 상승하여 2022년 12월 97%를 넘어섰고 2023년 5월에는 108.0%까지 올라간 것이다. 이 말은 60세 이하 취업자, 특히 '4050세대 취업자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충격적인 통계는 남성 취업자 증가가 현저히 둔화된다는 점이다. 지난 5월 남성 취업자는 3000명 증가에 불과하면서 취업자 증가 폭 중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0.9%로 떨어졌다. 남성 취업자 증가가 부진한 사정은 4월에도 마찬가지여서 남성 취업자 증가는 9000명, 전체 취업자 증가의 2.5%에 불과했다. 남성 취업자 증가가 둔화되기 시작한 시점은 2022년 11월부터다. 2022년 상반기만 해도 남성 취업자 증가는 대체로 전체 취업자 증가의 50% 선을 유지했지만 2022년 11월에 36.6%로 떨어지기 시작하여 12월에는 20.4%, 2023년 1월에는 11.9%로 하락했고 급기야 4월과 5월에는 각각 2.5%와 0.9%까지 추락한 것이다. 남성 취업자 증가비율이 떨어짐에 따라 여성 취업자 증가는 99%까지 치솟게 된 것이다. 결국 최근의 취업자 증가는 60세 이상 여성 취업자가 주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정부 당국 일자리 정책의 방향은 매우 분명해졌다. 무엇보다도 남성 일자리 추락을 방치하면 안 된다. 남성 일자리 중에서도 60세 이하 남성, 4050세대가 주도적으로 취업하는 업종에서 일자리 기회가 크게 늘어나야 한다. 과거 활발히 남성 일자리를 만들어 내던 업종, 특히 제조업, 도소매업, 운수업, 부동산업, 건설업 경기를 살려야 한다. 2030세대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4050세대 일자리는 더욱 중요하다. 부양할 가정이 있고 무거운 교육비 부담을 안고 있으며 아직도 갚아야 빚이 많이 남아 있는 세대라서 그렇다. 2030세대는 꺾이더라도 다시 소생할 시간과 기회가 많지만 4050세대는 그렇지 않다. 이번에 꺾이면 거의 모든 것이 좌절되는 세대다. 4050세대 상당수는 자영업자로서 고용 기회를 창출하는 창조적 세대이며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가는 중추세대라서 그렇다.
무엇보다 제조업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제언은 이미 지난번에 강조한 바 있다. 제조업체, 특히 중소 제조업체의 자본력을 확충시켜 주고 침체된 제조업 경영인 사기를 높여 줘야 한다. 이에 더하여 반도체나 자동차 관련 제조업은 물론 모든 여타 제조업체가 수출 마인드를 가지고 첨단화·기술화·집약화해야 한다. 온 나라가 반도체나 2차전지에만 쏠릴 필요는 없다. 철강도 있어야 하고 화학도 있어야 하며 섬유나 목재도 없으면 안 된다. 몇몇 제조업에 국가 자원을 총동원하는 쏠림 전략은 길게 보는 전략도 아니고 또 여태껏 수출로 기여해 왔던 제조업 유공자를 위한 배려도 아니다. 제조업이 쪼그라들면 수출도 없고 일자리도 없고 서비스업 발전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지나친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하다못해 중국까지도 경제 정책의 제일 중핵을 제조업에 두고 있는 것이다. 여태껏 18번의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금융, 주거, 바이오, 내수, 2차전지, 반도체 문제는 다루었지만 한 번도 제조업 전체를 주제로 삼은 적은 없었다. 낙후된 우리나라 제조업 인력을 독일이나 스위스로 견학을 보내 우리가 얼마만큼 뒤떨어져 있는지를 체감하게 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제조업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부동산업, 건설업, 운수업, 도소매업 또한 전통적으로 남성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황금 산업이다. 지난 정부처럼 건설업이나 부동산업을 마치 땅 투기꾼처럼 여기고 천대하고 괄시하면 안 된다. 미래적 관점에서 필요한 사회 인프라는 과감하게 건설할 필요가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이라면 조기에 착수하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제시된 ‘기회발전특구(ODZ)정책’은 정부가 총력을 기우려 서두를 필요가 있다. 운수업이나 도소매업도 활성화되어야 하므로 이들 산업을 옥 죄고 있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줄 필요가 있다.
지역균형발전에 꼭 필요한 하드 및 소프트 사회 인프라를 확충하고 또 운수업이나 건설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여야 간 합의다. 재정을 동원하고 필요한 법 제정을 위해 야당 측 협력이 없으면 안 되는 핵심 요소다. 내년 총선 이후 과반 의석을 차지한 다음에 실시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지금과 같은 일자리 추락 추세라면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지도 가 봐야 아는 것이지만 그 1년 동안 국민이 겪을 경제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것이 될 것이다. 과반 의석이든 아니든 정부가 꼭 필요한 시급한 정책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야당을 만나 협의하고 설득하여 타협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에서 국민들은 여야 중 누가 더 국민과 민생을 위하는지 알게 될 것이고 그것으로 총선에서 제대로 심판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정부의 기회발전특구(ODZ)에 관한 더 구체적인 내용들이 갖추어 져야 한다. 특구 지정의 기본 원칙과 조건을 미리 국민에게 알려 동의를 구하고 특구에 유치할 사업과 국가 및 민간 부문의 지원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 분위기를 보면 재정건전성에 너무 민감한 듯하다. 과거 정부가 과도하게 지출 중심의 정책을 편 결과 국가채무가 급격히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너지는 4050세대 생계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취약 아동과 노인, 저소득층과 장애인의 생계를 돕는 것도 좋은 방편이긴 하지만 4050세대 일자리를 근본적으로 돕지 않고는 다른 모든 정책이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한 ‘기회발전특구’ 사업을 통하여 4050세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현 정부가 추진해야 할 최고의 우선순위 정책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만약 남성 일자리 소멸이 심각한 경제사회적 문제라고 인식한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여야 간 심도 있는 기회발전특구에 대한 협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