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발발된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전쟁의 상처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정책적 변화 중 백미(白眉)는 국가보훈부의 출범이다. 비록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보훈은 이제 ‘소외된 영역’에서 ‘존중의 영역’으로 탈바꿈 하였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 변모하는 데 새로운 한 축이 될 것이다. 오늘날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지속할 수 있는 정신적 근간은 바로 보훈이다.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이후 지금까지도 전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버팀목은 미국 국민들의 보훈 정신 계승과 발전이다.
국가보훈부 장관은 “정부조직법 제35조”에 의거 국가유공자 및 그 유족에 대한 보훈, 제대군인의 보상ㆍ보호, 보훈선양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보훈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국민에 대해 국가가 최소한의 예우를 보이는 것이다. 정권의 정치적 변화에 따라 보훈이 정치적 희생양으로 더 이상 전락되어선 안 된다. 보훈은 호국과 애국의 출발점이고 동시에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국가 정신의 모체이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정치적 이념에 따라 재해석되는 것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 국가적 불운의 역사를 보훈 정신으로 승화시키는 데 심각한 걸림돌이 되었다.
국가보훈부의 역할 재정립은 국가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것이다. 국가보훈부의 위상에 맞는 책무를 모색해야 한다. 첫째, 일류 보훈국가 지향을 위해선 ‘사후적 보훈’이 아니라 ‘선제적 보훈’이 필요하다. 선제적으로 보훈을 한다는 것이 다소 생소한 정책적 접근법이지만, 사후적 보훈의 소요를 최대한 방지하는 것이 최선의 보훈정책이다. 예를 들자면, 군인, 경찰, 소방 공무원 등에 대한 복지 지원을 보훈적 시각에서 접근하여 국가 예산 배분의 합목적성과 효율성을 제고시켜야 한다. 이처럼 보훈에 대한 고정관념의 탈피 없이 “제복의 영웅이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셋째,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지원에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 미국의 경우 전국에 150여개의 국립묘지가 산재해 있는데, 모든 유공자들은 직위와 업적에 관계 없이 사망한 순서에 따라 동일한 규모와 공간에 안장되어 있다. 현충원, 호국원 등 기타 전국에 산재한 국가유공자 묘지와 묘소를 통폐합시키기 위한 중장기 계획이 조속히 수립되어야 한다. 묘지가 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의 공간이지만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보훈 정신 계승이라는 측면에선 미래세대를 중심으로 국민적 통합과 화합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보훈부가 지급하는 참전수당 외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유공자에게 제공하는 보훈수당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국방의 역사는 보훈 역사의 핵심 요소이다. 역사를 올바르게 규명하고 보존하는 것은 보훈의 모태이고 보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에너지이다. 국가보훈부 승격으로 보훈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시키기 위해서 여러 부처 및 기관에 산재된 국방 관련 역사 기록, 보존, 관리 등을 관장하는 조직과 기능을 통폐합하여야 한다. ‘보훈의 꽃’은 영원히 시들지 않은 ‘역사의 꽃’이 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정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 ▷제20대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영리더'(한국 대표) ▷국회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의원연맹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