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가 장관급으로 승격된 것을 계기로 정부가 독립유공자 공적 재검증에 나서면서 동농 김가진 선생에 대한 서훈 가능성이 열렸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행적이 분명함에도 친일 행적 논란으로 소외된 독립운동 공적을 폭넓게 인정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김 선생에 대한 서훈 재검토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독립유공자 공적심사위원회도 기존 2심제에서 3심제로 확대해 촘촘한 검증에 나설 방침이다.
국가보훈부는 2일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 운영규정’ 등을 대폭 개정한다고 밝혔다. 보훈부는 “친북 논란이 있음에도 독립유공자로 포상돼 서훈 적절성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부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며 “갈등을 최소화하고 서훈에 대한 영예성도 훼손되지 않도록 필요하다면 기포상자에 대해서도 적절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보훈부는 공과(功過)가 함께 있는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도 정책연구와 토론회 등을 거쳐 재평가 방안이 있는지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동농(1846∼1922)·죽산 조봉암(1898∼1959) 선생처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행적이 분명함에도 친일 행적 등 논란으로 독립유공자가 되지 못한 이들도 서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조 선생 유족들은 그를 독립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며 보훈부에 세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보훈부는 친일 흔적이 있다는 이유로 유족 측 요청을 반려했다.
반면 독립유공자에 대한 공적 재검토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보훈부는 손혜원 전 국회의원 부친 손용우(1923∼1999년)씨와 고(故) 김원웅 전 광복회장 부모인 김근수(1912∼1992년)·전월순(1923∼2009년)씨에 대해 공적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유공자 공적 심사에서 비중 있게 검토되지 못했던 독립운동 영역도 넓힌다. 선교사·의사·교사 등 신분으로 독립운동에 기여한 외국인과 일본 신사참배 거부로 투옥돼 옥중 순국한 이들에 대한 운영규정 심사기준을 새롭게 마련한다. 국내외에서 독립운동 자금 지원 활동을 펼친 이들에 대해서도 독립유공자 포상을 추진한다.
보훈부는 심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연내에 ‘특별분과위원회’를 신설한다. 예비심사 격인 제1공적심사위원회와 제2공적심사위원회가 2심 체제로 심사 중이다. 여기에 심층 논의가 필요한 사안만 다루는 특별분과위를 추가해 사실상 3심제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연간 분과별 심사 건수가 400건을 상회하게 돼 기존 업무 과중으로 충분히 안건이 논의되지 못한다는 부실 심사 논란이 해소될 것이라는 게 보훈부 측 설명이다.
보훈부는 신설되는 특별분과위와 제2공적심사위 당연직 위원 운영규정을 정비해 역사 전공자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법률 등 전문가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앞서 보훈부는 친일 행적 등이 있으면서도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은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2019년부터 독립유공자 공적 전수조사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당초 2019년 7월까지 초기 서훈자 1500여명에 대한 1차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전수조사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독립유공자 공적이 온전하게 평가받고 서훈에 대한 영예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일류보훈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