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에 자연 담기④] 텃밭 가꾸며 어르신과 오손도손…젊은층 유입에 시골마을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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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 조림초 '가족형' 농촌유학 운영

'아토피 치유마을' 12가구 모여 살아

마을행사 적극 참여 주민과 접점 찾기

입주 학부모 "일자리 구해 정착하고파"

시골 벽지 학교에 서울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역 시도교육청과 협업한 '농촌유학' 학생들이다. 농촌유학은 공교육 위기 극복과 도시·농촌 학교가 상생할 방안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도시의 바쁜 삶을 벗어나 아이들에게 '제2의 고향'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고 공교육 정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농촌유학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지난달 22일 오전 지난해 농촌유학으로 전북 진안군 정천면 아토피 치유마을에 입주한 장희주씨(42)가 집 앞 텃밭을 가꾸고 있다. [사진=권보경 기자]

"올봄에는 마을 어르신들과 산에 고사리 캐러 다니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전북 진안 조림초등학교 5학년 이하랑군(10)의 어머니 장희주씨(42)는 지난해 조림초 옆에 있는 '아토피 치유마을'로 이사를 왔다. 서울 강남에 살면서 자녀들을 유명 학원에 보냈던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하나다. 어렸을 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장씨는 "(농촌유학을 했던) 경험이 성인이 됐을 때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웃었다. 
 
진안 아토피치유마을 절반은 '농촌유학생'
지난달 22일 찾은 '아토피 치유마을' 한쪽에서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 텃밭을 가꾸고 있었다. 총 6동의 복층 빌라가 모여 있는 마을은 조림초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현재 12가구가 입주해 있는데, 이 중 5가구는 지난해 이사 온 가족이다. 조림초는 농촌 유학 프로그램을 '가족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텃밭에 모여 직접 재배한 농작물이라며 매실과 오이, 토마토, 고추 등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 토박이 주민들과도 살갑게 지낸다. 장씨는 일요일마다 마을 교회에 출석하며 토박이 어르신들과 가까워졌다. 김미연 조림초 교감도 자연스럽게 텃밭에 와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전북 완주군 동상면엔 또 다른 농촌유학생들이 모였다. 동상초등학교 재학생은 현재 21명이다. 이 중 농촌유학생이 11명이고, 지역 학생은 10명이다. 지역 학생 중 일부는 귀농인 자녀다. 아이들에게선 서울학생들에게 보이는 긴장감은 보이지 않았다.

민환성 동상초 교장은 "서울 학생들에겐 농촌 경험과 세상이 넓다는 것을, 농촌 학생에겐 많은 친구를 사귈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도시와 농촌 교류다. 진상덕 동상초 교감은 "전반적으로 학교 분위기가 좀 더 생동감 있게 변화했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22일 완주군 동상면 동상초등학교에선 인권에 대한 수업이 열렸다. 사진은 '인권'에 대해 선생님과 대화하는 학생들. [사진=신진영 기자]지난달 22일 동상초등학교에서 열린 인권에 대한 수업 중 '인권'에 대해 선생님과 대화하는 학생들. [사진=신진영 기자]
젊은 인구 유입↑···달라진 시골마을
서울시교육청은 전남 학생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농촌유학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지역 중심으로 학생 수 감소가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 농촌유학 실시 이전인 2020년과 비교하면 곡성군은 학생 수가 75명, 화순군은 27명, 장성군은 18명, 구례군은 17명, 순천시는 17명, 해남군은 14명 늘었다.

치유마을에는 주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는 '둥그나무센터'가 있다. 센터장인 최봉주씨(62)는 2014년부터 정천면에서 살았다. 최씨는 지난해부터 면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농촌유학으로 마을에 입주한 학부모들은 여름철 방역·마을 청소 등 일손이 필요한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아토피 치유마을에 입주한 학부모 백승열씨(40)도 면내 청년협의체 등에 참여하는 등 지역 주민과 섞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백씨는 "온 가족이 진안군에 내려왔고 일자리를 구해서 향후 정착할 생각"이라며 "마을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역 주민과 접점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여전히 거리를 두는 주민도 있다. 농촌유학 가족을 '뜨내기'로 봐서다. 백씨는 "마을 어르신들은 '어차피 떠날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정을 주려 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며 "구성원이 자주 바뀌더라도 마을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최씨는 "학교 교육이 공부뿐만 아니라 사회성도 기르는 과정이 포함하는데 아이들이 적을 때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농촌유학을 통한 유학생 유입이 기존 재학생들에게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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