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62)의 첫 공판에서 검찰과 한 전 위원장 간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태웅 부장판사)는 26일 TV조선 재승인 점수조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 전 위원장 등 6명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한 전 위원장과 함께 기소된 양모 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방송정책국장(59)과 차모 전 방통위 운영지원과장(53), 윤모 광주대 교수(63) 등도 함께 재판을 받았다.
한 전 위원장과 함께 종편 심사 업무를 담당했던 양 전 국장과 차 전 과장은 평가점수를 누설해 조작을 꾀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 등), 심사위원장이었던 윤 교수는 평가점수 집계 결과를 전달받고 심사위원들에게 점수 수정을 요구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심사위원 정모씨(50)와 윤 교수는 점수를 고의로 낮춘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각각 기소됐다.
한 전 위원장과 피고인들은 이날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한 전 위원장의 변호인은 "법정서 상당히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PT" vs "재판 지연 목적"
이날 검찰 측의 공소사실 낭독이 피고인 측에 의해 두 차례 저지당하면서 양측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검찰은 한 전 위원장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활동을 예시로 들며 평소 한 전 위원장이 종편에 비판적인 행보를 보였던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전 위원장이 방통위원장 후보로서 국회 청문회에서 "민언련 홈페이지에 '종편이 여론을 왜곡하고 있어 이에 맞서겠다'는 내용이 게재된 사실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공감한다'는 취지로 답변한 사실도 낭독했다.
이에 윤 교수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을 가로막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의 과거 성향이 공소사실 구성요건과 어떤 관련이 있냐"며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기소할 때 공소장에 공소 사실과 관련 없는 다른 서류나 증거물을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으로 형사소송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후 한 전 위원장의 변호인이 또다시 검찰의 발언을 가로막았다. 검찰이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해 당시 종편 심사 업무를 담당했던 방통위 관계자 4명의 인물 관계도를 PPT로 띄워놓고 심사위원이 임의로 선정된 과정을 설명한 순간이었다.
한 전 위원장 측이 "자극적인 PPT로 재판부의 예단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하자 검찰은 "공소제기 후 5개월이 경과하기까지 의견서를 제출한 적이 없으면서 이제야 반박하는 건 공판 절차 진행 지연이 목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맞섰다.
이에 재판부는 피피티 없이 공소사실 진술을 이어갈 것으로 정리했다. 재판부는 증거 기록이 2만3000페이지에 달하는 등 검토할 자료가 방대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피고인 측 요청에 따라 8월 25일을 다음 기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