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EU·미국 따르겠다는 韓 플랫폼 규제…업계 "최근 흐름을 봐야" 반발

2023-06-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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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지난 5월 디지털시장법 시작으로 플랫폼 규제 시행…주요 타깃은 구글·아마존 등 美 기업

美, 2021년엔 플랫폼 규제 필요성 부각됐지만…입법 목전에 두고 '재검토'

韓 공정위, 이르면 내달 플랫폼 규제 정책 방향 밝혀…업계 "규제로 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정거래위원회가 조만간 구체적인 플랫폼 규제안을 발표한다. 핵심은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들의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규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의 플랫폼 규제 동향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는 부정적이다. 정부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업계 자율적으로 관리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기존 '자율규제' 방침을 뒤집고 규제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빅테크 규제에 앞장서던 EU와 미국의 현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은 당초 의회 차원에서 플랫폼 규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논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EU는 지난 5월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했고 내년 2월부터는 디지털서비스법(DSA)도 실시하며 플랫폼 규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지만, 애당초 자국 플랫폼이 아닌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규제 강화 움직임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플랫폼 전방위 규제 신호탄 끊은 EU…구글·아마존 등 美 빅테크 '정조준'
EU의 DMA와 DSA는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 규제 사례로 꼽힌다. 두 법 모두 빅테크 기업들이 운영하는 거대 플랫폼에 대한 각종 의무 사항들을 규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선 DMA는 핵심 플랫폼 서비스의 독과점 남용 행위 등을 제한하기 위한 여러 의무 사항들을 규정했다. 이들 핵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규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규제에 집중했다. EU는 '게이트키퍼'가 자신들의 플랫폼 지배력을 활용해 사업 참여자와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게이트키퍼'들이 다른 중개 서비스보다 자신들의 서비스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자사우대)을 금지하고, 다른 서비스(제3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최종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광고 제공 목적으로 처리해서도 안 된다. 또 플랫폼을 이용하는 업체(플랫폼 이용 사업자)들이 게이트키퍼의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것과 동일한 재화·서비스를 다른 플랫폼이나 자체 판매채널 등을 통해 다른 가격·조건으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막아서도 안 된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DMA는 직전 회계연도 기준 EU에서 매출 75억 유로(약 10조700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750억 유로(약 107조원) 이상을 기록한 업체가 대상이며, 핵심 플랫폼 서비스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4500만명 이상 또는 법인 사용자 1만곳(EU 설립 법인 기준) 이상을 기록한 곳이다. 구글·애플 등 앱 마켓을 운영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특정 앱과 앱 마켓뿐만 아니라 제3자 앱과 앱 마켓의 이용을 허용해야 하고, 특정 앱이나 서비스의 이용을 막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의무도 추가로 포함됐다.

DSA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고객 보호 조치와 관련한 더 큰 책임을 촉구하고 불법 콘텐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을 이용자들에게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적용 대상 기업 중 '대형 온라인 플랫폼'은 EU 내 이용자 4500만명 이상인 플랫폼으로, 이들에게는 보다 엄격한 의무를 부과한다. 만일 위반할 경우 글로벌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은 불법 콘텐츠는 물론 합법적이지만 유해한 콘텐츠에 대한 확산 방지 책임을 약관에 넣어야 하고, 발견 시 이를 삭제해야만 한다. 또 추천 시스템 등이 작용하는 자체 알고리즘의 주요 변수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약관을 통해 분명하게 설명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이와 함께 인종·성별·종교 등 민감 정보를 활용한 타깃 광고를 제한하며, 이용자들의 선택을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을 통해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다크 패턴'도 금지된다.
 
'플랫폼 규제 패키지' 내놨던 미국…자국 산업 보호 논리에 입장 선회
미국의 경우 지난 2021년 6월 하원에서 발의된 규제 법안 5건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법은 △미국 혁신·선택 온라인법 △플랫폼 경쟁·기회에 관한 법률 △플랫폼 독점 종식에 관한 법률 △경쟁·호환 촉진을 위한 서비스 전환 지원 법률 △기업 인수합병 신고비용 현대화 법률 등이다.

가장 대표적인 '미국 혁신·선택 온라인법'은 플랫폼 사업자에 의한 차별적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즉 대형 플랫폼 업체들의 자사우대 행위나 타사의 제품·서비스 등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플랫폼 내에서 자사 제품을 부각되게 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워 왔는데, 이러한 관행을 뿌리뽑을 수 있는 규제로 꼽힌다.

이외 '플랫폼 경쟁·기회에 관한 법률'을 통해 시장지배적인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잠재적 경쟁자에 대한 인수합병 행위를 규제했으며, '플랫폼 독점 종식에 관한 법률'로 현재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에서의 시장지배력을 다른 사업 부문으로 전이하는 행위를 제한했다. '경쟁·호환 촉진을 위한 서비스 전환 지원 법률'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자신 또는 타사에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것을 허용하도록 했다. 여기에 '기업 인수합병 신고비용 현대화 법률'을 통해 합병심사 수수료를 인상, 미국 경쟁당국의 예산을 확충하고자 했다. 이들 5개 법안의 적용 대상은 연간 매출액 또는 시가총액 6000억 달러(약 787조원) 이상, 미국 내 MAU 최소 5000만명 이상 등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이와 별개로 대형 앱 마켓을 규제하기 위한 '오픈 앱 마켓법'도 지난 2021년 8월 상·하원에서 발의됐다. 미국 내 이용자 5000만명이 넘는 앱 마켓을 대상으로 한 법으로 사실상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를 겨냥했다. 해당 법안에서는 △앱 개발자에게 자신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행위 △타 앱 마켓의 이용약관보다 가격 조건이 유리하도록 약관을 요구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다만 변수는 앞서 언급한 규제 법안 중 대부분이 지난해 12월 의회에서 최종 부결됐다는 점이다. 당초 미국 의회는 자국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이 심각하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규제 법안을 우후죽순으로 내놨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가 실현될 경우 자국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자국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반론이 커지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당시 유일하게 통과된 법은 '기업 인수합병 신고비용 현대화 법률'이지만 이마저도 플랫폼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내용은 아니다.
 

[사진=아주경제 DB]

韓 공정위 "독과점 플랫폼은 규제해야"…업계 "韓 플랫폼만 규제 집중될 것" 우려 
이처럼 EU와 미국 정치권이 플랫폼 규제에 열을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규제 동향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플랫폼 업계와 학계의 주장이다. EU는 규제 대상이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메타·아마존 등 주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한정돼 있다. 즉 EU 내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다소 위축됐던 EU의 플랫폼 경쟁력을 늘리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미국 역시 최근에는 자국 기업들의 산업 진흥에 초점을 두고 규제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는 모습이다.

반면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 이후 플랫폼 독과점을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규제 대상에는 구글·메타 등 국내에 진출한 미국 빅테크 기업은 물론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형 플랫폼도 포함된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은 이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공정위가 곧 발표할 플랫폼 규제 방향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023 플랫폼 자율기구 자율규제방안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이처럼 EU와 미국 공통적으로 자국 플랫폼을 억누르기보다는 진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이들이 규제 정책을 펼쳤다는 점에만 주목하면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자국 플랫폼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라며 "해외 플랫폼도 규제 대상이라고는 하지만, 그간의 전례를 봤을 때는 국내 플랫폼에 실질적인 규제가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대대적인 플랫폼 규제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쟁법학회 주최로 열린 '온라인 플랫폼 산업 해부' 세미나에서 "한국에서 EU와 유사한 방식의 법률을 제정해 집행할 경우 과연 국내 대형 플랫폼과 글로벌 플랫폼에 집행 효과가 동등하게 미칠 수 있을지 우려되며, 혹시라도 집행 효과가 국내 대형 플랫폼에 불리하게 미쳐 생성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의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업체들이 뒤처지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국내 플랫폼 규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 온플법 등 플랫폼 규제 법안 대상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포함된 상황에서 자칫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윌리엄 라인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제경제석좌 겸 선임자문관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친기술·친무역 정부가 DMA와 같은 규칙을 채택할 수 있으며 구글·애플·메타를 비롯해 네이버·카카오·쿠팡이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떻게 적용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을 불공정하게 표적으로 삼아 운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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