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약계좌의 그늘] '윤석열표' 청년 적금, 순항하는 듯하지만 형평성·실효성 논란

2023-06-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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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청년도약계좌가 과도한 우대금리 조건과 역마진 논란 속에서도 상품 출시 이틀 만에 가입자가 16만여 명에 달해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겐 언감생심이다. 대내 경제의 주축이자 세금을 가장 많이 내고 있는 세대인 40·50세대를 비롯해 지원 대상이 되지 못하는 연령·계층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청년도약계좌 자격 대상에 들어간다 해도 온전히 정부 지원 혜택을 받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금수저들에게 합법적으로 증여받을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초반 흥행몰이에 "우린 세금만 내나"···비자격자 '역차별' 논란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는 지난 15일 출시 이후 2영업일 만에 신청자가 16만1000명이나 몰렸다. 11개 시중은행은 청년도약계좌 신청을 받기 시작해 첫날 7만7000명, 둘째 날 8만4000명이 가입했다. 청년도약계좌는 윤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월 70만원씩 5년간 부으면 목돈 5000만원을 만들어 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할 수 없는 만 34세가 넘은 청년들은 역차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한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얼마 전 생일이 지나 만 35세가 되면서 가입 대상에서 빠졌다. 김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고 아이를 낳을 계획이어서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고작 몇 개월 차이로 대상에서 빠져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총급여가 7500만원 이상인 청년들도 불만이 크다. 서울에 거주하는 박모씨(31)는 "연봉을 7600만원 정도 받지만 세금으로 약 2000만원을 원청징수 당한다"며 "버는 급여 중 25% 이상을 세금으로 내는데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년도약계좌는 총급여 6000만원 이상 7500만원 이하면 정부 기여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15.4%인 이자소득세율을 감면하는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30대 청년들 외에도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40·50세대도 불만이 많다. 청년층 자산 형성을 돕는다는 금융당국 목표가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최모씨(48)는 "40·50세대가 납부하는 세금에 비해 받는 혜택이 너무 적다"며 "40·50세대는 자기 가정을 이뤄 자식을 키우면서 가장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노년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40·50세대 김모씨도 "청년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많지만 중장년을 지원하는 정책은 손에 꼽을 정도로 몇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전 정부에서도 청년희망적금, 월세 지원, 전세대출한도 상향,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 펀드 등 청년 정책은 많았지만 중장년 지원책은 고용 안정을 위한 재취업 정도뿐"이라며 "40·50세대를 위한 정책도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역차별 논란에 대해 "청년층 말고도 어려운 분이 많고 지원해야 할 분이 많은데, 특히 청년들은 자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 형성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졌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40대도 상당수다. 실제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긴급생계비 대출은 예약 신청자 중 40대가 가장 많았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접수한 긴급생계비대출 예약 신청 2만5399건 중 40대가 31.1%(5379건)로 가장 많았다.
 
5000만원 달성 '사실상 역부족'···합법적 '금수저' 증여 수단으로?
청년도약계좌 가입 자격 대상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청년 지원 혜택을 실제 체감하기 위해서는 산 넘어 산이라는 지적이다. 소득·카드실적·급여계좌 등 각종 우대금리 요건을 달성해야 최대 연 6% 금리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청년들이 이런 조건을 모두 달성해 60개월 동안 꾸준히 적금을 붓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당장 소득은 적어도 가구 내 자산이 많아 합법적인 증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른바 금수저 청년에게 가장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6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에서 청년도약계좌를 통해 6%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기본금리 4.5%에 △총급여 2400만원 이하 △종합소득과세에 합산되는 종합소득 1600만원 이하 △연말정산합상한 사업소득 1600만원 이하 등 소득 우대금리(0.5%)를 더해 은행별 우대금리(1.0%) 요건까지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렇듯 청년은 모든 우대금리 요건을 만족한 6% 금리로 70만원씩 부어야 5년 뒤 50001만5323원을 모을 수 있고 정부가 제안한 5000만원 자산 형성을 턱걸이로 넘어설 수 있다. 6% 금리 요건을 만족시키기엔 현실적으로 제약이 너무 많다고 차주들은 주장한다. 

청년도약계좌를 취급하는 11개 은행 중 8개 은행이 우대 요건으로 카드 사용 실적을 내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에서 카드 사용 실적을 매달 1원 이상만 증빙하면 되는 것과 같이 금액과 상관없이 매월 거래 실적만 증빙할 수 있으면 우대금리를 내어주는 조건도 있다. 하지만 NH농협은행처럼 월평균 20만원 이상 실적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목돈 5000만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달 70만원씩 적금을 붓고 20만원 이상 카드 사용 실적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총급여 수준이 2400만원을 넘어서도 안 된다. 적금 월 70만원과 카드 사용 실적 20만원을 위해서는 절대적인 금액으로만 연평균 1080만원이 필요한데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선 청년 1인 가구 월평균 생활비가 161만원(2022년 기준)이다. 생활비로 161만원을 사용하는 청년이 매달 70만원을 적금에 붓고 카드실적을 위해 월 20만원을 사용한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총급여 수준이 3000만원이 돼야 한다. 정부가 제안한 조건 안에서 목돈 5000만원을 형성할 수 있는 청년은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계좌를 오래 유지해야 할 유인도 약하다. 5년 만기 적금 상품에 현재 제시된 금리 수준은 초기 3년이 고정금리이고 나머지 2년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현재 역마진 상품임을 강조하고 있는 은행권을 고려할 땐 향후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청년도약계좌 금리도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때 낮은 금리 수준에 만기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다른 일반 적금 대비 수익률은 큰 폭으로 떨어진다.

당장 소득은 부족하지만 부모 자산이 많은 이른바 금수저 청년들을 위한 합법적인 증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졸 신입사원 평균 나이가 30대 초반까지 올라온 만큼 대부분 자격 대상 청년들은 매월 70만원씩 적금을 부을 수 없는 환경이다. 부모가 대신 불입해줘야 가능하다. 

더욱이 청년도약계좌는 가입 당시 요건만 충족하면 추후 소득이 없어지더라도 가입이 취소되지 않는다. 이미 지난해부터 청년과 그 부모 세대 사이에선 계좌 가입을 위한 단기 아르바이트 이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돌았고 실제 단기 소득 이력만으로도 가입이 가능하다. 이렇게 형성된 수천만원대 청년 자산 형성에는 과세도 적용되지 않는다.
 
신용대출보다 비싼 청년도약계좌 '적담대' 금리···"실효성 의문"
금수저가 아닌 청년들은 청년도약계좌 만기 보유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이 꺼내든 대책도 시원찮다. 중도 이탈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적금담보대출을 꺼내들었지만 그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아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 적금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7.3%다. 이는 기본금리에 우대금리, 적금담보대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예컨대 전북은행은 기본금리 3.8%에 저소득층 우대금리 0.5%, 은행별 우대금리 1.7%를 더해 청년도약계좌 적금금리 6%를 제공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1.3%로 적금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책정하고 있어 전북은행을 통해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한 청년은 연 7.3% 이율로 대출받아야 한다. 

문제는 적금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취급된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6대 은행 기준 5.36~6.27% 수준이다. 평균 신용대출 금리가 가장 낮았던 IBK기업은행(5.36%)보다 전북은행 청년도약계좌 적금담보대출 금리가 1.94%포인트 높다.

청년도약계좌 적금담보 대출은 상품에 가입한 청년들이 만기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금융위가 마련한 대책이다. 가입자가 예기치 못한 일로 급전이 필요할 때 계좌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중도해지를 막겠다는 노림수다. 

청년도약계좌는 만기가 길고 납입 한도도 높아 다른 세대에 비해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청년이 만기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청년도약계좌와 유사한 정책 금융상품인 청년희망적금은 2년 만기로 최대 연 10% 금리와 비과세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가입 이후 2년 동안 매월 50만원 저축에 부담을 느낀 청년 약 16%(약 45만명)가 출시 1년 만에 중도 해지했다.

특히 청년도약계좌는 만기 유지가 수익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만기까지 유지해야만 정부 기여금과 그에 대한 이자,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의 사망·해외 이주, 퇴직, 사업장 폐업, 천재지변, 장기치료가 필요한 질병, 생애 최초 주택 구입과 같은 사유가 아닌 경우에 중도해지하면 정부기여금도 받을 수 없고 이자 소득에 대해서도 이자소득세 15.4%를 납부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적금담보대출 금리가 높아 만기 유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금융위 대책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라리 신용대출을 받지 그보다 비싼 적금담보대출을 누가 받겠냐"며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동진 상명대 교수는 "고금리 적금담보대출 상품이 보험담보대출처럼 1금융권 이용이 어려울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보인다"면서도 "결국 중금리 대출을 유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청년도약계좌 만기를 선택하게 하는 등 더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청년을 돕겠다는 취지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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