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남·송파,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에···주민들 "몇년째 재산권 침해"

2023-06-0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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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묶인 대치·잠실 가보니

7일 송파구 잠실동 엘스아파트 외벽에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박새롬 기자]


"주민들 모두 신경이 곤두섰죠. 개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규제를 몇 년씩 묶어두는 게 말이 안 되죠."(송파구 잠실동 엘스아파트 주민)

"강남이라서 투기 문제가 걱정된다면 왜 신고가가 찍히는 인근 서초구는 토지거래허가제에서 빠져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형평성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죠. 묶으려면 강남 3구를 다같이 묶어야 하지 않나요?"(강남구 대치동 공인중개사)
 
서울시가 7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을 연장한 가운데 해당 지역에서는 주민 반발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인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사전에 관할 시·군·구청장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은 2년 실거주 목적인 매매만 허용되고 임대를 하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구입하는, 이른바 '갭투자'도 할 수 없다.
 
앞서 지난 4월 압구정과 목동, 여의도, 성수 지역 토허제 지정이 연장된 데 이어 이번에 강남과 송파도 재지정됐다. 이 지역은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2020년 6월 23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후 두 차례 연장돼 오는 22일 지정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이 발표된 7일 만난 강남 지역과 송파구 잠실동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와 형평성 문제 등을 들며 재지정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잠실에서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주민들이 최근 단지 외벽에 '재산권 침해하는 토지거래허가제! 즉각 해제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강남구에서는 지난 5일 유경준 국민의힘 시의원(강남병)이 서울시에 주민 5500여 명 서명서를 전달한 데 이어 대치동 일대 주민들은 토허제 반대 서명운동을 추진 중이다. 

 

[그래픽=아주경제]


 
대치래미안팰리스 주민은 "(토허제는)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당연히 해제해야 한다. 몇 년째 국가가 개인 재산권을 쥐고 흔드는 상황이 비현실적"이라며 "개인들은 세금 부담은 계속 안고 있으면서 허가제 때문에 재산권 행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강남·송파를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 흐름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도 토허제 해제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송파구와 강남구는 각각 0.22%, 0.13% 상승했다. 

하지만 강남과 잠실 주민들은 서초구 반포동과 강남구 도곡동 등 토허제로 지정되지 않은 강남 일부 지역을 들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서초구는 반포‧잠원동 재건축이나 주요 단지 위주로 지난 1일 기준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21% 올랐다. 대치동 공인중개사는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 등에서 신고가로 거래되고 있다는데 왜 그곳은 제외됐는지 의문"이라며 "서초구만 빼고 강남 집값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길 하나를 두고 한쪽은 투기가 많고 한쪽은 투기가 없다는 얘기인가"라고 반문했다. 

토허제가 역전세난을 가중시킨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동 공인중개사는 "전세가격이 떨어져서 자금 여유가 많지 않은 집주인이 매매라도 해서 역전세난 고통을 덜어야 하는데 그것조차 못하는 상황"이라며 "개인 재산권을 억압하는 토허제라는 규제가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더라도 우려할 만한 가격 상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강남구 대치동 지역 공인중개사는 "이미 강남 집값은 2~3년 전부터 올라 최고점을 찍었고 대출이자 부담도 높아 토허제가 풀린다고 해도 선뜻 매수하기는 어려운 가격"이라며 "과거처럼 가격이 폭등할 일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동 공인중개사는 "보통 허가제가 풀리면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며 걱정하는데 오히려 팔 물건이 많아지니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장 공인중개사들은 거래량도 많은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치동 공인중개사는 "은마아파트는 4400가구인데 한 달에 평균 7~10가구 정도 거래된다. 이게 거래가 많다고 볼 수 있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5월 은마아파트에서는 매매거래가 총 50건, 래미안대치팰리스는 3건 이뤄졌다. 또 2월부터 5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60%는 6억원 초과~15억원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다. 

 

7일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아파트 전경. [사진=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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