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 풀린 유동성으로 물가가 목표 수준을 이탈하자 한국은행은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다.
대증요법으로 한때 6%를 넘었던 물가 상승률은 3%대로 둔화했지만,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 경기는 눈에 띄게 꺾였고 환율마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차례 연 3.5%로 유지했지만 가계부채가 많고 금리 민감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느끼는 부담감은 상당하다.
경기 위축세는 지표로 드러난다. 4월 전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09.8(2020년=100)로 전월보다 1.4%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2월(-1.5%) 이후 14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 역시 2.3% 감소해 지난해 11월(-2.3%) 이후 최대 폭으로 꺾였다.
깡통전세와 역전세 중 올해 하반기와 내년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가 각각 38%, 28%에 달한다는 점도 쉽게 금리를 올릴 수 없는 요인이다.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은행 기업대출 연체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한·미 간 금리 차는 사상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금리 역전 폭이 커질수록 우리나라에 투자됐던 외국인 자금은 더 높은 금리를 찾아 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미 달러화 유출로 추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100원대에서 움직이다가 2020년 1180원, 2021년 1144.6원, 지난해 1292.2원으로 높아졌다. 최근 3개월 동안은 13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최재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과 금통위원들로서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의 불확실성,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 등이 여전해 금리동결과 비둘기파적 결정의 조합을 채택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평가했다.